금감원장·증권업계 첫만남서 오간 얘기

서명훈 송선옥 기자 | 2007.08.31 16:06

인력수급등 증권사 신규허용 부작용 경고.. 이영탁 이사장 "IPO보류 송구"

첫만남인만큼 화기애애하기 보다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김용덕 금감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과 증권관계기관장 및 증권·자산운용사 사장들과의 간담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증권선물거래소 기업공개(IPO)가 감독당국과의 마찰로 보류된데다 금감원이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힌 터라 경직된 분위기는 역력했다.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김용덕 금감위원장과 증권인과의 간담회에서 김용덕 금감위원장이(오른쪽 첫번째) 인사말을 하고 있다.ⓒ증권업협회 제공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주가급등을 유동성 문제로 접근,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증권업계 인사들의 긴장감은 한결 컸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을 포함,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등 6개 증권유관기관장들과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 등 16개 증권회사 사장과 12개 자산운용회사 사장 등 48명이 참석했다.

황건호 증권업협회협회 회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로 '신르네상스'를 구축하고 있는 시기에 김 금감위원장을 만나뵙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취임한 이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자산 담보대출) 사태로 짧은 기간이지만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우리는 2차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영향 최소화를 위해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늘 이자리가 자본시장 발전방향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교환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김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난후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칠레와인 '1865'로 건배제의를 했다. 이처럼 간담회는 부드럽게 시작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위원장은 "증권사들이 계열사에 안주해 위험부담을 회피하는 전략으로는 글로벌 투자은행(IB)로 도약 못 한다. 금융투자회사로 전력투구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증권사의 영업 방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 "증권사 신규설립을 허용하고 과거 사고방식 대로라면 다른 회사 사람 빼오고 몸값이 올라가게 된다"며 "앞으로 인력 수급계획을 앞으로 인가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석자들의 건의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신용융자 규제를 업계가 보다 자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자율에 버금가는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알아서 해 달라"며 선을 그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거래소 IPO 무산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영탁 이사장은 "거래소 IPO와 관련, 관련 회원사나 업계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줬는데 문제가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곧 치유돼 거래소가 IP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뜻밖의 제안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오늘 이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력서를 내면 모두 제2금융인으로 뜬다"며 "자본시장이 커가는 마당에 제2금융이라는 말은 은행의 하위, 종속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까 제2금융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어색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김 위원장에 첫인상에 대해서 증권인들은 우호적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한 사장은 “첫만남이었지만 김 금감위원장이 시장친화적인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명쾌하고 똑똑 부러지는 분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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