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대책의 핵심은 주택과 토지에 대한 세금강화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양도세 중과 조치로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을 환수하기로 했다. 집값 상승 불씨인 재건축을 잡기 위해 개발부담금 및 기반시설 부담금 부과 조치도 이뤄졌다. 신도시 건설 등 공급대책도 포함됐지만 시장은 늘어난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집값 안정 효과 있었나=결론부터 말하면 '노(No)'다. 8.31대책 발표 직후 몇달간 숨을 죽였던 집값은 2006년 3월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강남권 등 집값 상승지역 7곳을 '버블세븐'으로 지목하며 수요를 잠재우려는 심리전까지 폈지만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가을 바람이 불면서 꿈틀대던 집값은 검단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를 발판 삼아 무섭게 뛰었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이 아니라 좀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던 서울 외곽과 수도권 전역까지 급등세가 확산됐다.
금리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 후속 조치로 올들어 집값이 소폭 떨어졌지만 그동안 오른 가격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수요도, 거래도 줄었지만 호가는 꺾이지 않고 있다.
8.31대책 발표 후 2년간 서울지역 집값은 평균 35.68% 올랐다. 1기 신도시는 36.27%, 수도권은 38.10% 상승했다.
3.3㎡(1평)당 매매가도 올랐다. 8.31대책 당시 1268만원이던 서울 3.3㎡(1평)당 매매가는 현재 1751만원으로 5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1기 신도시는 1138만원에서 1572만원으로 430여만원, 수도권은 611만원에서 848만원으로 230여만원 올랐다.
◇버블세븐 인기 시들...강북권 부상=8.31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큰 변화는 강남권 등 '버블세븐' 아파트 인기가 떨어진 것이다. 대신 그동안 저평가됐던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강화된 데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고가주택 수요가 줄었고, 이는 지역별 집값 상승률 순위 변화로 이어졌다.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강남권은 8.31대책 발표 1년후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최근 1년간 집값 상승률 순위에서 모두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강남구는 집값 상승률 상위 5위에서 23위로 떨어졌다. 서초구는 6위에서 24위로, 송파구는 8위에서 22위로 주저앉았다. 8.31대책 후 1년간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양천구(목동)은 꼴찌(25위)로 밀렸다.
반면 8.31대책 1년째던 지난해 8월까지 20위권을 맴돈 노원.도봉 등 강북권은 최근 1년간 큰 인기를 누렸다. 수년간 집값이 꿈쩍하지 않았던 노원구가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했고 도봉구, 강북구, 관악구, 중랑구 등이 각각 상위 2∼5위에 올랐다.
◇대형 지고, 소형 뜨고=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중대형 아파트값 오름세가 주춤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세금강화 등으로 중대형아파트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세금, 대출 부담이 덜한 데다 발코니 확장으로 전용면적이 늘어난 중소형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나타난다.
8.31대책 발표 후 1년까지만 해도 132∼165㎡(40∼50평형)대 중대형 가격이 66∼99㎡(20∼30평형)대 중소형보다 최고 2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66∼99㎡(20∼30평형)대 중소형은 20%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132∼165㎡(40∼50평형)대 중대형은 5∼10%대 오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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