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심사가 편치 않은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이런 '훈수'가 DJ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곧잘 훈수를 둔다. 지난 6월 이명박 후보측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나 "당이라는 것이 민심을 따라가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것이지 당이 억지로 민심을 거스르면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게 바로 YS다.
30일에는 김종필(JP) 자민련 전 총재도 나섰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 이 후보에게 "소이부답(笑而不答)하라"고 훈수를 뒀다.
'소이부답'은 "웃을 뿐 말이 없다"는 뜻. "후보가 다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연한 대처를 주문한 셈이다.
이 후보도 좋아하는 말이다. 자주 인용한다. 한나라당 경선 초창기 검증 공방이 거셀 때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게 '소이부답'이었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참겠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와 반대로 '소이부답'은 부정적 의미도 갖는다. 불리해 답을 회피하거나 상대방을 무시할 때가 그렇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웃는 얼굴이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가 대거 불참했다. JP의 '소이부답' 훈수를 실행할 때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