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디자인 개선책 '찬반논쟁'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7.08.29 19:18

건설사 "원가상승 불가피"vs 학계 "꼭 필요한 조치"

서울시가 29일 발표한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놓고 건설사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획일화된 도시 경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주택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디자인 학계와 전문가들은 건축물에 독특한 디자인과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적용하는 것은 도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인 만큼 꼭 필요한 조치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건축심의 개선대책은 내년 3월 본격 시행될 때까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건설사들은 서울시가 내놓은 건축심의 가이드라인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은 주택사업 수익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G건설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대부분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서울시가 제안한 두루뭉술한 인센티브를 믿고 따를 건설사들이 몇이나 되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가 제시한 기준대로 층수를 다양화하려면 정해진 용적률을 100%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용적률을 낮추는 대신 건폐율을 높여 단지 쾌적함이 떨어지는 사업장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건설 관계자는 "이번 디자인 기준은 건축법, 주택법 등 상위 법령과 상충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이미 주택시장에서 외관 디자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강제 기준을 마련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에 집착해 공간 효율성의 중요함을 간과했다는 의견도 있다. H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공급된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공간활용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건물 외관과 디자인에 역량이 집중되면 정작 편안한 주거공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작업…지금도 늦었다"=건축·디자인 학계와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도시 미관 개선 대책을 반기고 있다. 디자인 심의 기준 마련이 이미 늦은 만큼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이정형 교수는 "건설사들이 주장하는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는 포기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우리의 뛰어난 건축기술과 디자인 감각을 발휘해 벤쿠버, 시드니 못지 않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를 다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 시스템이 아파트 외관보다 내부 인테리어에만 비용을 쓰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인테리어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도시 외관을 가꾸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키플랜종합건축사무소 김정훈 대표도 "과거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와 향을 중시하는 인식 등이 지금의 아파트 획일화 문제를 키웠다"며 "주택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조망권이 아파트 선택 기준으로 부상한 만큼 다양한 디자인 도입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건축 비용보다는 건물이 지어진 후 미래 가치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좋은 디자인을 적용하면 아파트 분양도 잘 되고 준공 후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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