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鄭, '평화경제' 젊은 꿈 키운다

박재범 기자, 김성휘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 2007.08.30 14:11

여권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5>정동영 前 통일부장관

그는 말을 잘 한다. 음색도 좋다. 그래서인지 대화나 인터뷰가 지루하지 않다. 딱딱한 정치, 경제 얘기도 귀를 즐겁게 한다.

사람들은 흔히 그가 방송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유를 찾는다.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면에는 화려한 언변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깔려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그를 만났다. 그리고 '경험'은 여지없이 '선험'을 깨뜨려 버렸다.

정 전 장관이 하고픈 것은 명확하고 깔끔했다.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그의 언변은 오히려 묻혔다.

우리가 관념의 틀로 그의 정책보다 말에만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게다가 그는 '다이내믹'하고 젊었다. 1시간남짓 그와의 만남이 더욱 유쾌했던 이유다.

#'중통령'의 꿈

정 전 장관은 '중통령'을 내걸었다. '대통령'이란 높은 자리보다 한단계 낮춰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일까. 아니다. 답은 '중소기업과 통하고 중산층과 통하는 대통령'.

'중소기업'과 '중산층'은 정 전 장관의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중산층이 4000만명 되는 사회입니다. 보통사람들의 꿈은 중산층으로 사는 것이죠. 이를 담는 그릇이 중소기업입니다"

여기까진 모법답안. 이내 차분했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고 거침없이 쏟아낸다. "중소 제조업이 활력을 갖게 되면 음식, 도소매, 숙박, 물류, 통신, 운송 등 그 외곽 산업도 따라옵니다. 1100만명이 먹고 사는 구조가 돌아가는 셈이죠. 이게 핵심입니다"

그는 이미 중소기업 상속세 면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 삼성, 현대 등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었듯 우리 중소기업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투자 개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블루오션 '평화경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개성공단'이 여기에 배치된다. "5만평인 개성공단을 2000만평으로 늘려야 합니다. 2000만평이 돌아가면 부가가치만 24조원에 달합니다."

이게 모이면 정동영의 '평화 경제론'이 된다. 개성공단, 북방경제를 부인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런데 와닿지 않는다.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물었다. 간단히 답해준다. "블루오션이죠" 그리고 이어진다.

"70년대 베트남, 80년대 중동, 90년대 중국에 이어 2010년대 북한 경제 특수로 갑니다. 철도, 도로, 항만, 발전소, 공장 등을 새로 지어야 합니다.

우리가 안 하면 중국과 일본이 하죠. 중국, 베트남에 이어 북한을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중 시장경제에 성공한 세 번째 나라로 만들면 특수가 옵니다"


화제를 부동산으로 돌려봤다. 중산층 서민에게 박탈감을 준 게 부동산값 폭등이니까. 100% 인정한단다. 참여정부 정책중 F를 줄 것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도 머뭇거림없이 "제일 나쁜 게 부동산이죠"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신뢰'와 '일관성'. 투명화된 부동산 시스템, 종합부동산세 및 보유세 강화 등의 방향성은 "절대 흔들면 안 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Dynamic(역동적인)

"먹고 사는 게 중요하죠. 대통령이 거시지표, 주가지수 등을 챙길 게 아닙니다. so what?(그래서요?). 서민들은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가 '실용'으로 인식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그의 경제정책을 보면 '진보'에 가깝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토지공개념' 등.

스스로는 어찌 평가할까. "꿩 잡는 게 매"란다. 이념을 의식하지 않는다. "경제정책은 철저히 실용이어야 합니다. 국민생활을 윤택하게 하면 됩니다". 반면 정치와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라고 자평한다. 합치면 '중도진보'다.

그의 실용주의는 역동성과 맞닿는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현장에 서서 사기를 복돋워야 합니다" 5년간 설계도 상태로만 있던 개성공단을 실존하는 공단으로 만들어 낸 것도 그만의 역동성에서 비롯됐다. 밀어붙이는 '추진력'과는 다소 차별화되는 '다이내믹'은 정 전 장관만이 가진 강점이다.

#Young(젊은)

그는 어설프게 경제대통령을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전문가'를 강조한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의미일까. 헛짚었다.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든다.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강북에도 타워팰리스를 세울 수 있다는 식으로요. 기존 틀에 얽매여서 땜질로 하려니까 정책이 안 되는 겁니다. 창조적 발상은 전문가들에게 있습니다. 대통령이 부동산 사령탑이 되면 안 되죠. 전문가가 맡아야 합니다"

창조적 발상, 발상의 자유, 상상력 등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단어들이다. "이명박 후보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상상해 봤겠습니까. 상상력의 빈곤은 현실의 빈곤으로 이어집니다"

스스로의 강점을 하나 더 말한다. "지금 나온 후보중 제일 젊겠죠" '유시민 후보, 김두관 후보 등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찰나 "사고가 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인터뷰 후 들른 정 전 정관 홈페이지(www.cdy21.net). 그의 영문 이니셜(DY)을 활용한 'Do It Yourself'(DIY·스스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드는 것)라는 문구가 올려져 있다.

국민들이 참여해 '정동영'을 필요한 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마음이 열려있고 눈과 귀가 열려있고…. 열정으로 그것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정 전 장관. 그는 이미 'DIY'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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