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사장, 무모한 도전 최후 승부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7.08.29 08:49

삼성전자 '1등주의 오류' 극복할까…신묘한 비책인가, 자충수인가

무모한 도전일까, 최후의 승부수일까.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장밋빛 낙관론'을 펼쳤다. 최근 "내년부터 (반도체 산업이 다시금) 성장 사이클에 들어설 것", "올해도 (어김없이) '황의 법칙'(메모리 신성장론)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황 사장의 자신감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궁지에 몰린 끝에 희망과 현실을 뒤섞은 예측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황 사장의 승부수는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기 위한 묘책일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황 사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에 따라 삼성전자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말 66만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및 메모리값 전망을 놓고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매수주체가 등장하고 있지 않다. 뒷심을 받지 못해 60만원 재돌파를 미루고 있다.

◇전략부재인가, 최후의 승부수인가=최첨단 반도체 기술 및 제품에 골몰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분명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나치게 기술지향적인 오류에 빠지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1등주의'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라며 "황의 법칙에 따라 매년 2배씩 메모리집적도를 늘리는 동시에 시장(수요)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후발업체들에 기회를 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집적도를 2배로 늘리는 것은 단순히 연구개발(R&D) 비용 뿐 아니라 대규모 설비투자를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첨단 기술 및 제품으로 승부거는 전략은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게다가 기술이 더욱 첨예화되며 상용화 및 양산을 위한 '생산안정화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따라서 기술보다는 시장지향적 접근이 필요하고, 수익 중심의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정 하나대투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단기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과도하게 기술지향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과거 어려운 시기를 낸드플래시 시장의 폭발적인 확장으로 넘어갔듯 새로운 성장 부문(모멘텀)을 찾아내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돈 많이 벌고 있을 때 인수·합병(M&A)를 통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며 "특히 2004년 전후 D램시장 침체기에 보다 공격적인 가격인하 등을 통해 시장 구조조정을 유도, 시장지배력을 보다 높여야 했는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현 기술 수준으로 메모리집적도를 연간 100%씩 올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며 "2·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집적도를 높일 경우 시장에서 2배를 사줘야 하는데, 삼성전자를 이에 대해 문제없다고 장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기술에 매달릴 경우 시장과 호흡하지 못하는 '엇박자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황 사장의 승부수는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장기 비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장열 현대증권 테크팀장은 "메모리제품은 휴대폰이나 가전제품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첨단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한 선행투자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돈의 장벽', '기술의 장벽'을 쌓아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발 앞선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제품) 개발에 주력해 시장 팽창시 다른 업체들의 추격을 봉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근거없는 낙관론(?)=황창규 사장은 반도체 시황에 대해 긍정론을 내놨다. "하반기 선순환 구조가 되면서 내년에 반도체 성장 사이클에 들어간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메모리업체의 생산능력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나아질 것이지만 미국 시장의 수요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주 연구위원도 "내년 반도체 수요는 올해보다 좋아지긴 하겠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 아주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집적도를 높인 (차세대) 제품을 소화할 수준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황 사장이 최후의 승부수이자 '히든 카드'를 꺼내들며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긍정 시각도 나온다. 이정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차세대메모리인 'P램'과 관련해 하반기중 상용화 개념을 지닌 신제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P램은 휴대폰 제품에 주로 쓰이는 노어플래시 등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낸드플래시 시장만큼 커질 경우 삼성전자에 새로운 성장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의 법칙(메모리 신성장론)=메모리집적도가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논리.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이 주장한 것으로 기존의 '무어의 법칙'(메모리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을 대체하는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황의 법칙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모바일 제품과 각종 신제품이 등장하며 메모리반도체의 용량(집적도)를 크게 늘리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삼성전자는 황의 법칙대로 1999년 256메가비트 메모리에서 지삭해 2000년 512메가,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2003년 4기가, 2004년 8기가, 2005년 16기가비트 플래시메모리를 발표하며 이를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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