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무분규 원년'이 초일류 열쇠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 2007.08.28 14:57

[한국車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라]1. 파괴의 노사관계 상생으로

'GM대우차 32.8% > 르노삼성차 9.2% > 쌍용차 7.7% > 현대차 3.7% > 기아차 2.8%.'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 상반기 판매 증가율 순위다. 절대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완성차 업체의 순위와는 사뭇 다르다. 판매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성장률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미래가 어둡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같은 성장률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노사 관계에서 해법을 찾는다.

투쟁적 노사관계를 보이는 업체의 실적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반면 협력 관계인 회사의 판매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 토요타와 미국 GM의 사례는 이를 그대로 웅변한다.

새로 외국인 주인을 맞은 GM대우, 쌍용차, 르노삼성의 노조는 '투쟁'보다는 '상생'을 택한 반면 현대·기아차 노조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아직까지도 파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런 현대·기아차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무분규'의 희망이 비치고 있다.

◇만성적 파업의 결과는? = 미국의 포드, 크라이슬러의 몰락과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의 후진, 그리고 세계 1위로 등극한 토요타의 성공신화를 가른 것은 단연코 노조였다.

그동안 GM 노조는 강경투쟁으로 퇴직 후까지 생활비와 의료비를 보장받는 파격적인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비용은 생산원가로 전가돼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GM은 지난해 20억달러의 손실을 내는 등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토요타 노조는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56년간 무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토요타의 '무분규'는 생산성 향상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토요타는 지난해 매출 23조9480억엔, 영업이익 2조2386억엔, 순이익 1조6440억엔으로 전무분에 걸쳐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올해 1분기에는 차량 판매 규모에서 GM이 76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빼앗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라는 영광도 함께 얻었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순위로 세계 6위라는 현대기아차는 어떤가.

현대차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21년 가운데 1994년 단 한차례만 예외였을 뿐 20년째 파업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기간동안 모두 347일간 파업을 겪으며 107만3693대의 생산차질과 10조9205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현대차 임금은 총 47.2%(연 평균 7.8%) 올랐다. 이런 현대차의 임금 인상률은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 상승률 3.1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해마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들고 나온 노조가 파업을 통해 임금을 올려온 결과다.

하지만 무파업으로 임금 동결을 해온 토요타에 비해 생산성은 크게 뒤떨어진다. 2005년 기준으로 토요타 근로자 1인당 생산대수는 58.4대, 매출액은 132만달러다. 현대차의 31.5대 및 45만달러보다 훨씬 높다.


1인당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3000만원으로 토요타(1억3000만원)의 23.1%에 불과하다. 또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토요타는 22.1시간(2006년 기준)이면 충분하지만 현대차는 30.3시간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는 1950년 50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구조조정 사태를 계기로 파업이 노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얻은 뒤 56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규의 움직임..상황인식 필요 = "올해는 제발 파업 없이 한번 가보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현대차를 만들어보자."

대한민국 최강 노조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올해는 무분규로 타결해보자'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그동안 노조집행부를 상대로 무분규 타결을 촉구한 조합원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현상은 극히 이례적이다.

노조 집행부는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키로하는 등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의 깃발을 세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노조 내부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부로부터의 변화는 지난 6월말 금속노조 주관의 파업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 최대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에서 조합원들이 파업의 부당성을 들어 집행부에 반기를 들면서 파업 일정을 일부 철회하기도 했다. 노조 게시판에는 항의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절박한 상황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전세계적인 자동차 전쟁 속에서 생존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 노사가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무차별 할인 공세와 영역 파괴 싸움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극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저가 중소형차 시장에서는 중국은 물론 인도까지 나서 격차를 좁혀오고 있고, 고급 대형차 시장에서는 일본과 독일업체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해 고전하는 중이다. 이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주력 시장에서 판매 정체 및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업체들의 사활을 건 '자동차 세계대전' 속에 목표대로 2010년 '글로벌 톱5'에 드느냐, 아니면 도태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는 등 위상이 높아졌지만 '무분규'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지 않으면 지난 30년동안 쌓아온 노력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노사 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굳이 일본 토요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노사 상생의 시너지 효과는 막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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