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레버리지 역회전 파장 생각보다 클 것"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08.28 14:41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 회장 인터뷰②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 회장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단순히 서브프라임에 얽힌 문제가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시스템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실물 경기 침체를 거쳐 결국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인 장기 저금리를 바탕으로 막대하게 창출된 유동성이 역회전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경제 성장의 절반 정도를 신용시장을 통한 유동성이 담당했는데 이제 그 역할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단계 실물 경기 침체를 지나 3단계 위기 국면에서는 금융기관이 자금난에 빠져 대출을 할 수 없는 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상황도 예상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이 흔들리고 있는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성장을 고려해도 글로벌 증시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너무 가파르게 증가한 유동성 버블이 꺼지면 결국 한두번 추가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월가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고집한 금리인하 정책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시각이다.

FRB의 재할인율 인하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지만 전 회장은 "아직 주택 가격은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변동 금리를 적용하는 모기지의 70%가 내년중 금리를 재조정하게되는데, 금리가 200bp나 300bp정도 올라갈 전망"이라며 "주택 가격 하락은 본격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의 85~90% 정도를 모기지로 충당하는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주택소유자가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게 결국 부채가 전가되는 심각한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얼마전 샌디에고 지역에서 '포어클로저'(유질처분) 처리된 물건이 모기지의 65%에 매각됐다고 들었다. 다소 극단적인 예지만 80%에 팔려도 금융기관은 손해를 보는 구도인데, 결국 은행 대차대조표에 구멍이 뚫리게된다고 했다. 이렇게되면 금리가 떨어져 대출을 받고 싶어도 은행이 융자를 할 수 없게된다.

전 회장은 주식시장은 미국 경기의 침체 정도에 따라 한번 더 조정받고 마지막 세번째 국면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거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데 한국시장이 지금처럼 일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때문에 이렇다할 악재없이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빠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헤지펀드가 위험을 줄일 때 가장 먼저 파는 대상이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이며 코스피 선물매도를 통해 아시아시장에 대한 헤지도 병행한다고 했다. '우리경제와 증시는 문제가 없다'는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산정할 경우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번 신용경색 사이클은 (자신이 없지만) 이론적으로 볼때 1년반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았다. 얼마나 깊게 영향을 미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나의 견해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그런데 90년대초 걸프전 당시 '씨티은행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후 미국에서는 15년동안 신용사이클 상의 위기가 없었다.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거의 없어 월가도 매우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모기지시장에서 창출된 유동성은 너무 거대해 그 파급효과를 상상할 수 없다"는 그는 "카드 버블 문제는 카드를 사용한 소비자와 금융기관의 문제지만 모기지는 모기지 이용자와 투자자, 금융기관 모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이번 유동성 버블은 75%가 파생을 통해, 20%는 구조화된 금융을 통해 일어났다"며 "이 버블이 기계적으로꺼지면 그 폐해는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증시 역시 올해의 고점은 이미 지났다고 판단한 그는 국민연금 등이 장기투자자 역할을 제대로 하면 하방경직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드는 "내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크게 해소됐고 이제 15%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한국증시의 적정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 은행 보험까지 주식을 늘려 수급이 좋아지면 16배까지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거품이 있다고 했다. 단, 더 가는 거품이라며 "짧게 치고 빠지는 단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내 중국 물가상승률이 8%까지 오를 수 있다. 금리를 올해 4번이나 올렸지만 유동성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만한 수단이 없다. 결국 90년대초 '허가융자'와 같은 방법이 다시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연 15~20%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은 15%로 높고 변동성은 4% 정도로 매우 낮다. 현재 그는 펀드내 편입자산을 대거 줄였으며 나쁜 주식은 공매도한 상태다. 40억달러의 헤지펀드를 구상하고 있는 그는 "자산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유치하고 싶다. 풍부한 경험도 살리고 이를 통해 수익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질처분=유질 처분이란 모기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상환 시한을 넘길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모기지 채권자인 은행 등이 가져가는 절차다.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 회장 인터뷰③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시청역 사고 운전자 아내, 지혈하라며 '걸레' 줘"…목격담 논란
  3. 3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4. 4 G마켓, 소규모 셀러 '안전보건 무료 컨설팅' 지원
  5. 5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