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P, 한국판 서브프라임 도화선 우려

머니투데이 황은재 기자 | 2007.08.29 09:49

주택경기 악화땐 ABCP 차환 어려워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이 2006년 이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국판 서브프라임 부실을 촉발할 가능성이 한 층 더 높아졌다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국내 ABCP의 경우 주로 부동산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돼 주택시장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는 등 신용경색요인이 등장할 경우 차환발행이 막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2006년 7월 이후 ABCP 발행이 급격하게 늘어난데다 ABCP 발행과 연관된 기업들이 자금 조달등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신용등급 `BBB-`급 건설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관련규제 등으로 하반기 주택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강한 가운데 이미 일부 건설사의 경우 부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주택 건설사 등의 경우 분양율 저조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아파트 건설 등에 나섰던 시행사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행사는 건설사업을 기획하고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곳으로 건설만을 담당하는 시공사와 구분된다.

그러나 시행사의 부실과 부도는 시공사의 부실로 연결된다. 시행사의 낮은 신용도를 보완하기 위해 시공사가 지급보증이나 채무 인수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시공사가 여러 곳의 건설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시공사의 부실이 다른 시행사의 부실로, 이에 따른 PF 시장의 위축, 또 다른 시공사의 부실 등으로 악순환될 수 있다.

금융권도 악순환의 고리내에 있다. 대출이 많은 상호저축은행, 캐피탈사들로 확산되고, 콘듀잇을 통한 자산유동화에 적극적이었던 시중은행들까지 부실로 나타나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삼영 한국신용정보 연구위원은 "작년 7월 이후 유동화한 ABCP의 만기가 올해 7월 이후 도래함에 따라 인허가 지연이나 분양실적 부진 등으로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프로젝트의 ABCP의 상환 또는 차환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시행사의 연쇄부도가 이어질 경우 PF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다른 시행사 및 다른 시공사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차 고비는 9월말 추석 전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추석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9월은 지난해 금감원의 ABS 발행 규제로 ABCP로 유동화 수단이 눈에 띄게 바뀌게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PF의 부실 가능성이 지난 2년간 꾸준히 제기돼왔다는 점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류승화 동양종금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카드사태 이후 국내시장에서 신용위기에 대한 시그널을 찾는 과정이 계속돼 왔다"며 "부동산 PF 문제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미 시장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 애널리스트는 "분양율이 낮은 지방 건설사의 경우, ABCP 차환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ABCP 규모가 1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금융시장의 문제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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