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전략·감동 없는 이명박 후보수락연설

머니투데이 홍찬선 경제부장 | 2007.08.27 12:38

[홍찬선의 대선 관전법]<4>무슨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이 그래?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후보수락 연설을 보다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무슨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이 그렇게 메시지도 없고 그렇게 짧은지…. 선거대책본부에 사람이 넘쳐나던데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한 건지….”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된 자리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이유,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을 하겠다는 비전, 대통령이 되기 위해 본선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각오 등을 밝혀야 하는데 수락연설에는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니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재로선 당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의 알맹이 없는 후보수락 연설을 듣고 있노라니 앞으로 5년도 매일 그림만 그리다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는 지적이었다. 참여정부가 집권 후 프로그램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임기가 시작된 뒤 5년 동안 ‘로드 맵(장기정책이행계획)’을 만드느라 이렇다할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 전 장관의 이런 말을 듣고 지난 20일 오후에 있었던 이명박 후보의 후보수락연설문을 다시 봤다. 후보수락연설을 할 때 차분히 앉아 듣지 않고 드문드문 보고 들어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 전 장관의 지적이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후보의 후보수락연설은 비전과 전략 및 감동이 없는 ‘3무문(三無文)’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우선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도 없었고, 다음으로 10년 동안 잃었던 정권을 되찾겠다는 ‘전략’도 없었으며, 마지막으로 지지자를 비롯한 유권자의 눈물샘을 자극할 ‘감동’도 없었다.

그나마 눈길이 가는 대목을 굳이 얘기하자면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는 부분 정도다. 그나마도 어떻게 구체화할지도 명확하지 않아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이런 우려가 기우일지 정말일지는 이 후보의 향후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 후보수락연설’은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자기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호소해 표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는 그런 호기(好機)를 그냥 보내고 마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경선 과정에서 터진 갖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에 바빠 오로지 경선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했을 뿐, 이긴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칭 타칭 제2인자를 불리는 이재오 의원과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이 그렇게 엉성한 후보수락연설문을 후보에게 제공하고서도 아무런 책임이나 부끄럼 없이 경선에서 이긴 공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 후보 스스로도 후보수락연설이 ‘부실공사’였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다음은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에 한없는 경의를 표하며 기쁜 마음으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를 지지했든, 하지 않았든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정권, 반드시 되찾아 오겠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한 번 더 도와주십시오! 당원동지 여러분, 우리 한 번 더 힘을 모읍시다! 안팎으로부터의 크고 작은 도전들을 훌륭히 극복하고 이번 경선을 잘 이끌어주신 당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북한 동포들이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 깊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국민의 성원 속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잘 치러냈습니다. 우리 한나라당은 이 역사적 시도에 멋지게 성공함으로써, 한국과 세계의 정당정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국민정당, 전국정당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저와 함께 경쟁했던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세 분 후보와 그 지지자들게 진심으로 위로와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뜻을 모아, 세 분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원희룡 후보,“중산층이 두터운 나라”, 저와 함께 만듭시다. 홍준표 후보,“서민이 잘 사는 나라”, 저와 함께 만듭시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5년 안에 선진국”, 저와 함께 만듭시다. 여러분, 이 세 분께 힘찬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비판, 제가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분의 꿈과 비전, 제가 모두 안고 가겠습니다. 이제는 저와 손잡고 정권교체의 길로 나섭시다. 특별히 박근혜 후보님, 중심적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박근혜 후보께서도 동의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여러분! 제주에서 영호남 가리지 않고 충청도, 강원도, 수도권까지, 여러분의 절대적인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두터운 믿음으로 한나라당을 일으켜 세우고 저를 지켜주셨습니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선택해 주셨습니다. 여러분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제 저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후보가 되었습니다. 저와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와 세계일류국가 건설에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분들과 손을 잡겠습니다.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지지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희망임을 압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입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희망입니다. 세계 일류국가 도약에 대한 희망입니다.
이 간절한 희망, 저, 이명박, 꼭 이루어 내겠습니다! 저는 아직 영광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역사를 창조하는 길은 지금부터 비로소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정권교체의 길,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길인지 압니다. 그러나 저는 두려움 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했듯이, 질풍노도의 바다를 헤쳐 온 의지로, 그 길을 열고 온몸을 던져 달려가겠습니다.

저 이명박, 자신 있습니다. 태산 같은 당원 동지 여러분이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국민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뢰와 긍정의 힘이 우리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여러분! 오는 12월 19일, 정권교체, 이루어집니다! 이명박이 대통령되면, 세상이 확 달라집니다. 온 나라가 신바람 나게 만들겠습니다. 서민의 고달픔을 후련하게 씻어 내겠습니다.

젊은이들이 펄펄 날고, 노인들이 맘 놓고 활짝 웃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월급쟁이들이 일터로 달려가고, 기업은 자신 있게 투자할 것입니다. 공무원, 군인, 경찰이 보람있게 일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과 한국인이 당당해 집니다. 잘 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이명박의 흔들리지 않는 약속입니다. 꼭 지키겠습니다. 그날까지, 다 함께 영광을 노래할 그날까지, 여러분, 저 이명박과 함께 나아갑시다! 한나라당 만세! (만세!) 대한민국 만세! (만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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