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풍향계]어음깡하며 버티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7.08.26 17:12
기업에서 어음을 발행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외상거래시 당연히 수반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융통어음이 명동시장에 등장했다면 기업 자금사정에 황색등이 켜졌다고 보면 된다. 융통어음이라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기업활동 없이 단지 자금을 빌리기 위한 차용증 성격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업체들은 대개 부도까지 이어지지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융통어음이 4~5년간 돌아도 버티는 곳들이 상당하다.

◇명동도 신기한 코스닥 W사

융통어음은 카드깡 개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데 돈을 구할 길이 없을 때, 일단 어음을 발행해 명동업자에게 주고 자금을 할인해 받아오는 것이다.

융통어음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명동에서 자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자금압박을 시사하는 것이니 자금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장기간 융통어음이 돌아다니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융통어음이 대량발행되면 대개는 부도가 나거나 다른 업체에 M&A(인수합병)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동에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수년간 융통어음이 돌아다니는데 정작 회사는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금리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W사가 대표적이다. 몇년전부터 자금사정이 어려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인지, 다양한 금액의 어음문의가 오고 있다. 4년 넘게 얘기가 도는데 대기업과 거래하는 탓인지 큰 문제없이 살아남아 있다.

명동시장 한 관계자는 "W사의 경우 초창기에는 대주주의 부동산 자산이 많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더니, 얼마전에는 납품처에서 꾸준히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고 말했다.


코스닥 D사는 보다 특이한 케이스다. 수년간 상당액의 융통어음 문의가 들어오지만 머니게임이 계속되면서 살아남아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1년전 40억원의 융통어음이 돌았는데, 얼마후 경영권이 40억원에 매각됐다. 하지만 현재도 계열사를 통해 또다시 융통어음이 나왔다. 과거에는 주식담보로 40억원을 융통했다가 자금을 못막아 회사가 매각되고, 현 소유주도 다시 자금이 필요해 융통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머니게임의 순환이다.

◇융통어음 발행업체, 돈 벌어도 투자 않는다

이처럼 장기간 살아남는 융통어음 발행업체들이 있기는 하다. 이런 곳들은 투자수익률이 높지만, 투자건 대출이건 안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했을 때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융통어음이 발행된 업체들은 대부분 1년 전후로 부도가 발생했다. 과거에 코오롱TNS를 비롯, 건설업계의 세창, 한승 등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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