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 빚 갚으려 아르바이트까지

김유림 기자 | 2007.08.26 15:04
# 1. 플로리다주 오캘러에 살고 있는 티모시 펜트씨 부부는 수영장과 연못이 딸린 주택에 살고 있지만 짐정리를 한채 압류 딱지가 날아들 날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4월 남은 모기지 잔금 20만7000달러(30년만기 고정금리)를 2년짜리 변동금리모기지로 리파이낸싱했다. SUV와 픽업트럭 구매 대금을 갚기 위해 변동금리 모기지 자금을 빌린 것이다. 모기지 업체에선 변동 금리로 바꾸면 갚아야 할 원리금이 최소 3500달러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큰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갚아나가야할 모기지 원리금이 늘었고 주택시장 침체로 펜트씨는 실직까지했다. 그는 이동식 주택 제조업체에 근무했지만 주택 경기가 꺼지면서 감원 대상에 올랐던 것이다. 이들 부부는 "상황이 변할 것에 좀 더 대비했었어야 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 2. 몬태나주 링컨카운티의 이동식 주택에 살고 있던 발 라스무센씨는 남편이 보수가 더 좋은 직업을 구하자 방 세개짜리 주택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충분한 자금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주택 구매 자금을 100% 모기지로 충당키로 했다.
지난주 수요일 퍼스트매그너스파이낸셜로부터 다음날 15만9000달러를 대출받기로 계약서까지 썼지만 목요일 아침 회사 사정으로 대출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최근 신용시장 경색으로 이 회사가 모기지 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다.

그는 새 대출처를 물색해 봤지만 이제 100%를 대출해 주는 회사를 찾기 어렵단 걸 알게 됐다. 급히 전통적인 모기지 상품인 20%의 담보금을 설정하고 30년만기 고정금리로 대출받기 위해 트레일러도 1만달러나 낮은 가격에 서둘러 팔았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선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이사가려했던 빈 집을 보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의 주택 소유자와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모두 수렁에 빠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신용 위기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압류 처분 위기에 놓여있거나 주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상하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소득 계층에서 속출하고 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부동산 중개업자와 모기지 업체,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형편 없는 신용 성적으로도 집을 살 수 있었던 지난 5년 세월의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흥청망청 돈을 빌려주고 거의 아무나 집을 살 수 있었던 분위기 덕에 이 기간 미국의 주택 소유율은 68.9%까지 올라갔다. 이들 가운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빌려 집을 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들이 2~3년간 저리의 미끼 금리로 이자만 갚다가 변동 금리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시점에서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리파이낸싱의 기회는 적고 이자는 계속 올라 모기지 갚을 능력이 없게 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수 많은 사람들이 주택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예금이나 연금펀드를 깨거나 정규직 이외에 파트타임잡까지 기웃거리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더그 엘멘도프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를 통해 집을 사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트렌드였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갚을 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모기지론이 무분별하게 대출됐다"고 말했다.

특히 30년짜리 고정금리 모기지론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옵션이어서 지난 2~3년간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차입한 것이 문제를 눈덩이처럼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06년 동안 신용도가 양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출된 전통적인 모기지 상품 판매액이 1조120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변동금리만 적용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판매액이 7791억달러에 육박했다.

미국의 책임여신센터(CRL)는 최근 수년동안 서브프라임 모지지론을 차입한 220만만명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유질처분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로 인해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앞으로 집을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들 조차 모기지론을 차입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콘도미니엄 시장도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25일 보도했다. 2~3년전 콘도미니엄을 사기로 계약했던 사람들이 모기지론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여력이 있어도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 콘모미니엄 시장도 한파를 비껴갈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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