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미국의 새 파산법과 서브프라임 사태

김관기 변호사 | 2007.08.26 13:25
최근 세계적인 대폭락의 공포를 일으킨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른바 '깡통빌라'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는 신용카드 빚이 수만달러에 이르는 사람에게는 일견 매력적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해 카드 빚을 상환하고 그에 따라 연체이자율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법'과 '연방파산법'은 서브프라임의 실행에 따른 재산을 청산가치 계산에서 제외하는 '면제재산'으로 분류한다. 채권자의 강제집행이나 채무자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채무자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제도다.

서프프라임 모기지는 상환이 의심스러운 카드 빚의 가치를 높여 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카드 회사로서는 양손을 들어 환영할 거래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은 이 집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면서, 카드빚보다는 조건이 좋지만 정상 대출에 비하면 훨씬 비싼 이자를 계속 지급하게 된다. 결국 서브프라임을 실행하는 금융회사도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 사용 패턴을 분석해 연체 위기에 몰린 사람의 집에는 신용카드회사와 서브프라임 금융회사가 보낸 광고 우편물이 쇄도한다. 이들 두 회사는 같은 계열의 회사일 가능성도 크다.

물론 최근 몇 년과 같이 미국의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생각하면 주택보유자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주택 값이 떨어지면 주택은 법률상의 소유 명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금융회사 소유가 되고 총 담보채무가 시가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게 되면 그 위험은 금융회사로 전이된다.

주택이 주는 감정적인 가치는 매우 크며 주택자금 상환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까지 있으니 아무리 깡통 주택이더라도 상환노력을 더 할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이는 공격적인 서브프라임 대출의 전제가 된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하에서 2005년 가을 시행한 새 파산법에 있다. 이 법은 청산형 파산제도를 제한하고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청산형 파산제도는 일정 수준의 소득을 넘는 채무자에게 소유 재산을 전부 내놓도록 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제해 주는 것이다. 개인회생제도는 장래에 버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채권자에게 지급토록 한다.

새 파산법은 개인회생을 통해 금융산업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해 시행된 듯 하다. 그러나 청산형 파산제도는 담보채무인 서브프라임을 건드릴 수 없지만 개인회생제도는 서브프라임에 대해서도 상환의 책임을 묻게된다.

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채무를 상환하다가 청산형 파산제도를 이용해 무담보채무를 털어낸 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지킬 수 있다는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새 법 이후 파산 신청은 줄었지만 개인회생 신청이 급등, 전체적으로 법 제정 이전과 신청건수가 비슷해진 점이 이 점을 시사한다.

이는 높은 이자율로 재미를 보던 서브프라임 금융회사에게는 악몽으로 돌아온다. 개인회생을 통해 변제 조건의 조정을 받게 되면 금융회사는 역마진을 보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을 더 짜내려는 금융산업의 음모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인생 대차대조표를 새롭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파산제도는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와 소비자금융의 기반을 확충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파산제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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