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벤처 투자자에게는 기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08.24 11:49
하늘이 내려온다? 땅이 올라간다?
입장이 다르면 같은 현상도 달리 보일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멀쩡한 채권도 모기지라는 단어만 있으면 투자자들로부터 냉대를 받는다. 주식투자자들은 주가급락에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같은 위기는 분명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뉴욕타임스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정보기술(IT) 투자자들이 새로운 호기를 맞고 있다는 것.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증가하며 IT기업들의 공개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일부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관심이 신용경색을 계기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지 관련 증권은 주식과 신용시장에서 이미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실망이 큰 투자자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반면 IT투자는 담보와 신용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상대적인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IT 투자에 주력하는 레벤손 벤처 파트너의 케이스 벤자민 공동 대표는 "(모기지 등 신용시장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이런저런 투자에 겁을 먹고 있다. 신용 경색이 벤처업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한 사람의 '천정'은 다른 사람에게는 '바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실리콘 밸리에 이같은 생각이 연기처럼 퍼지고 있고 훌륭한 성과도 있다. 서버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VM웨어의 기업공개를 보자. 이 회사는 지난 14일 29달러에 상장했는데 76%나 올랐다. 전날 종가는 53센트 오른 67.38달러였다.

증시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VM웨어가 급등한 것은 길고긴 IT 가뭄을 끝내는 굵직한 사건으로 관심을 받았다.

지난 2/4분기 26개 벤처가 43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1년전 19개 기업이 20억달러를 조달한 것에서 급증한 수치다.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은 이제 닷컴 붕괴와 함께 틀에 박힌 IT에 대한 혐오가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주도적인 역할을 신용경색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경색이 벤처 투자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초기 창업자금 조달과 성장 동력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요즘들어 대형 금융기관이나 파트너들(펀드)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일부 벤처 투자자들은 금융기관들이 증시 하락으로 운용자금이 줄었으며 이 충격에 기관들의 정신이 복잡해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점점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돈줄 역할을 하는 대기업들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IT투자자들은 인수합병보다 기업공개를 더 선호할 지라도 신용경색에 따른 인수합병시장의 위축은 일부 벤처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실리콘 밸리에 간접적인 영향도 적지않게 미치고 있다. 벤처기업들에게 막대한 부담이 되기도하는 임대료가 하락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반면 신용경색으로 고소득 전문직은 아니겠지만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이 타격을 입고 실리콘 밸리를 이탈할 수 있다. 이들은 벤처 사업에 꼭 필요하다.

배터리 벤처의 파트너인 서닐 달리월은 이러한 부정과 긍정을 모두 겪고 있다. 7월25일 배터리 벤처가 투자한 블레이드 로직(데이터 처리를 자동으로하는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이 공개됐다. 17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27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는 25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배터리 벤처가 투자한 다른 기업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인수를 위해 5000만달러나 1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들이 자금을 빌려주지 않았다. 배터리 벤처는 별수 없이 다른 주주와 함께 자신들의 금고에 손을 대고 있다. 달리월은 "정상적인 신용시장이었다면 이런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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