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화합' 키 쥔 박근혜, '역할론'에 촉각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08.24 15:07

李 '화합 또 화합' 강조...李·朴 회동 여부 '주목'

치열했던 경선이 드리운 짙은 그림자로 한나라당이 어수선하다.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이명박 후보가 당선 일성으로 강도높은 '당 개혁'을 예고하면서다. 며칠 째 적잖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 주류와 박근혜 전 대표측의 불안 심리가 적지 않다. 개혁이 몰고 올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개혁'엔 반드시 '인적청산'이 뒤따랐다는 '경험칙'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이 후보는 연일 '개혁'보다는 '화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람을 교체하기 보다는 사람 자체를 바꾸는 것이 맞다(22일)"고 했다. "누가 혁명을 한다 했나. 개혁, 혁명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23일"라고도 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먼저 봉합한 후 점진적으로 당을 바꿔가겠다는 '쇄신' 원칙을 천명한 셈이다.

이 후보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첫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12월 19일 당이 최후의 승리를 거둘 때까지 '일심단합'해서 정권교체를 하자"며 '화합'을 강조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그러나 이 후보의 의지라기 보다는 '패자'인 박 전 대표의 '입'이다. 이 후보로서는 '화합'을 넘어 대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의 '협조'가 절실하다. 경선에서는 비록 아쉽게 졌지만 대선으로 가는 험로에서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가 갖는 '무게감'은 절대적이다.

박 전 대표는 현재 자택에서 칩거 중이다. 벌써 나흘 째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대신 간간이 찾아오는 측근, 지인들을 만나고,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진다.

23일 밤에는 처음으로 미니홈피에 직접 글을 올려 고통스런 심경을 전했다. "(지지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의) 어렵고 귀한 선택에 영광을 안겨 드리지 못한 제 자신이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고 죄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측근들은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의 관계설정 등을 포함해 앞으로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의 관심사는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회동 성사 여부에 모아진다. 이 후보는 "다음주쯤 박 전 대표에게 연락해 만나겠다(23일)"고 했다. "당장 찾아가는 건 '자기배려'이지 남(박 전 대표)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22일)"고 했던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조속한 '화합'을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첫 인사인 후보 비서실장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도 박 전 대표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선 양자 회동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제안할 경우 응하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많다. 박 전 대표측 김재원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만나자고 하시면 (박 전 대표가) 거절하실 분은 아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양자 회동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화합'의 촉매제로 기능할 전망이다. 승자와 패자의 '화해(?)'라는 상징성 덕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수차례 밝힌 대로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할 공산이 있지만 '수락'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의원은 "선대위가 구성되지도 않았는데 맡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논란은 좋지 않다"며 "박 전 대표에게 가장 적합한 일은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일이지 선거기획을 하면서 인사권, 재정권을 행사하는 그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무게감과 대중적 인지도를 살려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당내에서도 박 전 대표가 '화합'의 촉매 역할을 하되, 경선 승복시 밝혔던 의지대로 '백의종군'하며 이 후보를 우회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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