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토요타, 세계 최고로 이르는 길

아이치현(일본)=기성훈 기자  | 2007.08.24 10:23

첨단 시스템·종업원 자발적 참여가 비결...강성노조 국내와 대조

‘좋은 상품, 좋은 생각 (よい 品よい考)’

좋은 물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며 좋은 생각(건의사항)은 언제든 환영이라는 의미다.

약 6000여명에 이르는 토요타 츠츠미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은 공장 안에서 이 문구를 보면서 활기차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

23일 방문한 일본 아이치 현 토요타시 츠츠미 공장은 하루에도 수천 명이 찾는다. 지난해에만 64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방문객들이 라인 위를 걷는 동안 공장 직원들은 별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작업자는 한 동작의 낭비도 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대형 할인점’ 같은 부품 창고. 바코드가 붙여져 선반에 잘 정리된 부품들은 생산라인으로 옮겨지면서 부품공장과 협력회사로 그 정보가 전달된다. 이것이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공급하는 'JIT'(Just In Time)' 시스템인 것이다.

특히 마치 잘 만들어진 도미노 게임처럼 규칙적으로 왜건(움직이는 작업 마차)이 수시로 움직인다. 왜건은 차 조립 시, 필요한 공구와 부품을 모두 싣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함께 움직인다. 근로자는 왜건이 있기 때문에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안내를 맡은 요시이 치히로 씨는 “왜건은 토요타의 ‘직원아이디어 제도’에 의해 만들어졌다”면서 “지난해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는 모두 64만 건으로, 1인당 평균 11~12개꼴”이라고 말했다.

34만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6개 차종(1라인:4개, 2라인:2개)이 한 생산라인에서 조립된다.

직원들은 ‘프리우스’(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 작업을 끝낸 뒤 바로 운송돼 온 ‘캠리’ 조립작업을 능숙하게 진행했다.


전환배치가 안돼 한쪽에선 할 일이 없어 교육을 받고, 한쪽에선 주말마다 특근해도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현대차의 현실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1라인 다차종’ 생산은 사실상 힘들다. 쏘나타를 만드는 노동자가 아반떼를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작업인력을 탄력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전환배치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지만 노조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요시이 치히로 씨는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차가 생산되지만, 만약 라인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자가 즉시 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줄이 당겨지면 작업현황을 나타내는 '안돈(andon)'이라는 게시판 위에 해당라인 부분이 초록색에서 황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약 1시간의 견학시간 동안 황색으로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세계 최고의 생산시스템이라 불리는 토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vity System)은 완성시킨 것은 기업의 최첨단 생산시스템과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오직 자동차 생산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확보하느라 공장 전부가 '기능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토요타와 현대차의 생산성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 차 한 대를 만드는데 2002년 21.8시간에서 2006년에는 21.3시간으로 0.5시간을 줄였다. 반면 현대차는 2002년 31.9시간에서 2006년에는 32시간으로 오히려 0.1시간을 늘어났다.

생산라인에서 합리화 요인을 찾는 건 당연하지만, 조직원들의 도움 없이는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면서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문화가 오늘날의 ‘도요타’를 만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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