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vs 정부' 성분명처방 놓고 戰雲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7.08.23 13:47

의협, "시범사업 강행시 총파업 불사"-복지부, "과잉대응"

의사가 약을 처방할때 개별 약 이름이 아닌 약의 성분을 처방하는 '성분명 처방' 제도 도입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 또다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약제비 절감과 환자들의 편의 충족을 위해 예정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 2의 의약분업 사태 우려=의협의 대응은 완강하다. 지난 20일부터 주수호 회장을 비롯한 의협 간부들이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인 국립의료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오는 31일 오후에는 전국 개원의들이 항의의 뜻으로 집단휴진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의협은 이를 무시하고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다음달 8~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000년 의약분업과 같은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의협은 반대 명분으로 △국민건강 위협 △의사 진료권 침해를 내세우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되면 의사들은 약 성분만 적시하고 약사들이 해당 성분으로 제조된 여러 제약회사의 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건강권 피해가 발생한다고 의협은 주장한다.

오리지널약과 제네릭(복제약)과의 약 성분 범위가 80~120%면 동등한 것으로 인정되고, 제네릭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제 때마다 함량범위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약효를 비교분석하는 '생물학적 약효 동등성 시험'의 신뢰성이 떨어진 점도 반대 논리로 제시한다.

의협은 "환자들이 효능이 떨어지는 약을 먹거나 과도한 투약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서 약사에게 넘어간다는 점도 주요한 불만거리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점에서 임기말에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가지고 있다.

주수호 회장은 "건보재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민건강을 담보로 생체실험을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고, 세계적으로도 성분명처방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의협이 오버"=복지부는 약의 성분이 비슷함에도 비싼 오리지널약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가약 처방 비율을 낮춤으로써 건강보험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건강보험 재정 중 약제비 비중은 2001년 23.5%에서 2006년 29.4%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복지부는 원인의 상당부분이 고가약 처방 관행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성분명처방이 되면 병원 인근 약국이 아닌 동네약국에서도 쉽게 조제받을 수 있어 환자 입장에서도 편리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의 시범사업은 소화제와 제산제, 소염진통제 등 효능이 입증된 20개 성분 32개 품목에만 한정해서 이뤄지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민원 복지부 의약품정책팀장은 "장단점을 따져보자는 취지의 시범사업을 갖고서 파업까지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국적인 확대 방침도 아직까지 세워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복지부 내에서는 의사들이 그동안 약을 처방하면서 제약업체들로부터 받아왔던 리베이트가 줄어드는 것 때문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약의 선택권까지 약사에게 줘야 한다고 요구해왔던 약사회는 의협과의 정면충돌은 피하면서도 정부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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