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아직 안심할 때 아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08.23 11:57

버핏의 BOA, 컨트리와이드 등으로 투자심리 안정

미국 뉴욕 증시가 연 4일째 반등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중앙은행(FRB)이 재할인율을 인하한 게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쉼없이 올랐다. 22일 다우, S&P500, 나스닥 등 주요 3대지수가 동반 1% 넘게 올랐다.

월가를 대표하는 리먼 브러더스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폐쇄키로 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는 식지않았다. 오히려 금리인하가 다음달 FOMC 정례회의(18일) 때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부각됐다.

미증시에 자극받은 아시아증시는 더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시간 낮 11시5분 현재 일본 홍콩 호주 대만증시가 2%대 상승했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H지수는 3%대 급등했다. 글로벌 신용경색에서 자유롭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처음 5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BOA 컨트리와이드 투자는 버핏의 뜻?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장 마감후 발표된 미국 2위권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컨트리파이낸셜 지원이었다. BOA가 미 최대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의 우선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2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한 컨트리와이드는 전날 버핏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버핏은 지난 6월말 자신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 공시를 통해 미국 2위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주식 87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버핏이 주요주주로 있는 BOA가 컨트리와이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이는 곧 버핏이 BOA를 통해 우회적으로 컨트리와이드에 손을 댔다는 해석을 낳았다.

세계 3위 부자이면서 동시에 위기의 승부사로 통하는 버핏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하게 짓누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그 모습을 나타낸 것 자체만으로 시장은 흥분하는 모습이다. 컨트리와이드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9% 급등했다.

아시아증시 급등과 함께 나스닥 선물가격은 13포인트 오른 1958.00으로 큰 폭 튀었다.

◇4개 은행, FRB에 보조를 맞추다
두번째 하이라이트는 4개 대형 은행의 대출 사건이다.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와코비아 등 4개 대형 은행은 이날 각각 5억달러씩 연방준비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은행이 자금부족을 겪지 않았지만 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려는 FRB의 의도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형 은행들까지 나서 최근 신용위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4개 은행이 단일 팀처럼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이자 "중앙은행을 지원하기 위한 '오케스트라의 쇼' 같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애론 거위츠 전략가는 "대형 은행들이 동시에 대출받은 사실을 알린 것은 일종의 상징적의 의미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신용 경색 분위기 때문에 우량 투자은행들도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연준의 대출 창구를 이용함으로써 연준과 대형 금융기관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준 조치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안정감 되찾아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버핏의 등장과 4개 은행의 지원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일까. 해결될 수 있을까. 재할인율 인하에 이어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장이 안정감을 회복했다. '버핏'과 '씨티그룹' 같은 재료도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다. 주가가 7~8월 단기간 급락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심리와 가격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펀더멘털을 보면 마음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가장 유동성을 갈망하는 시장(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일반 모기지 시장 등)에는 자금 수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다른 시장과 자산으로의 전염도 심각하다.

1조1000억달러에 이르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시장은 한시가 급하다. 아직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한 CP에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유동성이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CP 상환이 막히면 이는 금융시장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영국의 가장 큰 모기지 업체인 HBOS는 350억달러 규모의 CP를 상환해야한다. 런던의 솔렌트 캐피털 파트너스는 45억달러, 제네바의 어벤디스 그룹은 50억달러의 CP를 각각 거느린 펀드를 통해 매각해야하는 처지다. 만기가 도래한 CP를 사려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차환을 못하고 있기 있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문을 닫는 모기지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리먼 브러더스도 서브모기지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폐쇄키로 했다. 작년 12월 이후 파산보호신청을 접수한 법인이 15개로 늘었다.

금융시장의 상승세는 일단 '안도 랠리'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전고점을 향해 갈 길은 멀고 해결해야할 난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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