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업계 칼바람, 4만 명 감원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7.08.23 07:22
미국 모기지업체인 홈뱅크 노스캐롤라이나 지점에 근무하는 아치 클라크는 지점에 근무하는 단 한명의 직원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며칠 내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는 "마치 유령 회사같이 돼 버렸다. 며칠 전에 누군가가 와서 로비에 있는 가구들을 다 가져가 버렸는데 심지어 그들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기지 금융업 경력이 25년인 앤디 로치는 지난 3월 캐피털원파이낸셜의 모기지 계열사인 그린포인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서브프라임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지만 그 보다 등급이 나은 '얼터너티브 A' 이상은 괜찮을 거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융 회사들이 그린포인트의 모기지채권 담보 유동화 증권을 사 주지 않기 시작하면서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치는 회사가 이번주 초 발표한 1900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에 끼었다.

美 주택 업계 감원보다 두배 많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주택 시장 침체 장기화로 모기지 금융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4만명을 넘어섰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22일에는 리먼브러더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체인 BNC모기지LLC를 폐쇄하고 1200명을 구조조정한다고 밝혔다. BNC는 2006년 기준 미국내 상위 20위 안에 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로 140억불 이상의 주택 대출을 했다.

이번주 들어서만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 그린포인트, 퍼스트마그너스파이낸셜이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22일 하루 동안 리먼브러더스(1200명), 퍼스트내셔널뱅크홀딩스(541명), 아크레디티드홈렌더스(1600명) 등이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인력 컨설팅 회사인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 들어 모기지 금융업계를 떠난 4만명은 건설·주택 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2만명의 배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최근 모기지 업계의 감원 바람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례는 9.11테러 직후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공항 보안 강화와 승객 이용 감소로 항공업계에서는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컨설팅업체 셀렌트의 바트 나터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 사태가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면서 "서브프라임 부실은 금융 부문의 감원 바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월가 ' 더 시티'도 감원 바람

미국 모기지 관련 상품에 가장 많이 투자했던 영국 런던의 '더 시티'도 감원 태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BBC뉴스는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더 시티'에서 수천명이 직업을 잃을 것이며, 연말 보너스도 대규모로 삭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 통계 전문기관인 비즈니스 리서치의 조나단에 따르면 연말까지 더 시티에서 5000명이 감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나단은 연말 보너스가 15% 가량 삭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더 시티의 연말 보너스는 전년 대비 18% 상승했었다.

월가 5년만에 보너스 감소할듯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월가의 보너스가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일 지난해 유례없는 보너스 호황을 누렸던 월가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보너스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회사들의 급여 통계를 내온 옵션스그룹에 따르면 뉴욕 금융사들의 올해 보너스는 지난해보다 5% 감소할 전망이다.작년 평균 15%나 인상된 보너스를 받았던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상여금은 작년보다 5~10%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모기지 증권업계의 보너스는 4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월가는 지난 5월만 해도 유례없는 인수·합병(M&A) 붐으로 연말 보너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비관적인 분위기가 월가를 휩싸고 있다. 헤드헌팅업체인 위트니그룹의 개리 골드스타인 사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 파장이 월가의 보너스도 안전지대 밖으로 내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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