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 사장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월드컵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2002년 여름. 한국PCA생명 출범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다. 이후 말레이시아PCA에서 활동하다 2004년 12월 한국에 다시 왔다.
"한·일 월드컵 때 거리에서 붉은 옷을 입고 미친 듯이 응원하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도 덩달아 함께 응원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에게 2002년은 여러 모로 잊혀지지 않는 해다. 한국인 아내와 인연을 맺은 것도 바로 이때. 그는 아내와 만남을 회상하면서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는데도 아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아내는 지금도 내게 '운 좋은 줄 알라'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웃는다.
이런 특별한 인연 때문일까. 그의 가족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중에도 주말은 반드시 가족들과 보낸다. 토요일은 아내를 위한 '와이프데이'. 일요일은 딸 소피를 위한 '소피데이'로 이름 붙일 정도다. 지난 주말에는 비가 오는 데도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결혼식, 딸 소피의 100일 잔치, 장인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한국식 관례를 빠짐없이 경험했다. "결혼식 후 폐백을 했는데 아내가 미리 귀띔해주지 않아 조금 당황했어요. 한복을 입고 아내를 등에 업었는데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영국 친구들이 재미있다며 사진도 찍고 함께 웃었습니다."
딸 소피의 100일 잔치도 그에게는 이색적인 경험. 그의 모국인 영국에는 100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63빌딩에서 아내의 친척들과 지인들이 함께 모여 딸의 100일을 축하한 기억은 행복한 추억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장인상을 당해 3일장을 치렀다. 한국식 장례식에서 몇번 참석했지만 직접 장례식을 치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선산에 입관하고 제를 올리는 과정에 모두 참석했다. 그는 "곡을 하면서 슬픔을 표현하는 장례문화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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