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시장개입 실패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08.21 14:19
투자자들이 신용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중앙은행(FRB)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장 안전한 정부 채권만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단기 미재무부 채권은 근 20년래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3개월 만기 재무부 채권은 20일(현지시간) 0.7%포인트 하락한 3.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89년1월 이후 18년 반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8월13일에만 해도 이 금리는 4.69%에 달했으나 5일째 급락세를 지속했다.

FRB의 재할인율 인하에 힘입어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외환시장의 상황도 한결 개선됐다. 몇몇 기업들은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정작 그들이 보유한 현금에 대한 위험은 극도로 꺼렸다. 대신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지만 정부 채권을 사는 쪽을 택했다.

이같은 현상은 FRB가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증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과 연계된 부실 문제가 다른 정상적인 안전 자산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데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FRB는 지난주말 재할인율 인하와 함께 성명을 통해 신용경색에 따라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지난 2년간 주된 관심사였던 인플레이션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목표 수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처음에만 FRB에 호응하는 움직임이었고 이튿날 회의적이라는 반응이었다.

뉴욕에 있는 HSBC 채권시장 전략가인 래리 다이어는 "FRB의 정책에 확신이 없다, 신뢰할 수 없다는 쪽에 베팅하는 움직임이었다"며 "신용경색 문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국채 금리가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는 하락했고 이는 FRB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FRB가 재할인율을 인하하는 등 FRB와 재무부 관리들이 막후에서 시장을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날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볼 때, 이들이 시장에 신뢰를 심어주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단기 금리 하락은 머니마켓펀드(MMF)가 주도했다. MMF는 은행의 예금과 같은 구도로 설계돼 있으며 주된 목적은 돈을 잃을 가능성을 피하는 것이다.

단기 국채에도 투자하지만 대부분 기업어음(CP)과 신용등급이 좋은 단기 채권에 투자한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CP시장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급기야 투자자들이 MMF의 위험을 걱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MMF는 CP를 매각했고 다른 MMF는 국채를 사는 일이 발생했다. 국채만 사는 현상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뱅가드와 피델리티 같은 뮤추얼펀드 회사는 "최근 투자자들이 '자신의 MMF가 모기지 담보부 기업어음(ABCP)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문의하고 있다"며 "이중 상당수가 금리가 더 낮은 국채로 갈아타고 있다"고 전했다.

MMF 자금 동향을 추적하는 기관인 i머니넷에 따르면 최근 3일동안 MMF투자자들은 500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국채시장에 투입했으며, 이른바 '프라임 머니 마켓'으로 불리는 시장에서 210억달러 자금이 이탈했다.

MMF 매니저들은 돈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매니저는 금리가 5.5%로 높은 7일만기 CP를 사야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AIG 선어메리카 자산운용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이클 셰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서 돈을 날리면 보너스를 잃거나 해고될 수 있다. 국채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 매니저는 결국 4.3%의 금리에 국채를 사기로 했다.

제임스 카우프만 ING자산운용 수석 채권사업부 대표는 "최근 시장 동향은 FRB의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현금을 가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인하 등이 궁극적으로 가져올 영향을 속단하기 이르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부 기업은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SABIC 이노베이티브 플라스틱이 15억달러 규모의 정크본드를 매각했고 콤캐스트, BOA, 씨티그룹 역시 새로운 투자등급 채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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