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은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좋은 순간’이 ‘가장 어려운 일을 잉태하는 때’일 수 있다는 뼈를 깎는 되새김이 없이는 2007년 12월19일 치러지는 본선에서 웃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본선에서 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난 15대 및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연속으로 2번 패했다는 사실(史實)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일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이기는 필승 전략은 ‘포용과 겸손’이다. 경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48.1%가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적극적 포용방안을 하루빨리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 ‘경선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런 주장을 접고 ‘MB연대와 명박사랑(이명박 지지자 모임)’ 회원으로서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
대선에서 1명을 포용하면 100표를 얻을 수 있고, 100명을 포용하면 1만표를 추가로 확보하며, 1만명을 포용하면 선거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대표적인 포용 정책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어제까지 적’으로 싸웠던 박근혜 후보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모시는 일이다. 물론 이 후보도 그런 필요성을 알아 후보수락연설에서 박 후보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말 한마디로 박 후보가 선대본부장을 수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박 후보는 일단 ‘백의종군’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삼고초려(三顧草廬) 뿐만 아니라 십고초려(十顧草廬)를 해서라도 꼭 모셔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수도권과 호남권을 제외하고 영남과 충청 및 강원에서 졌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둘째는 경선 후보들의 공약을 포용하는 일이다. 이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밝혔듯이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원희룡)’, ‘서민이 잘 사는 나라(홍준표)’, ‘5년 안에 선진국(박근혜)’으로 대표되는 공약들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공약 중 ‘한반도 대운하’는 폐기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운하가 건설될 경우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동산값 상승 차익’을 제공하는 것 외에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대선 본선 과정에서 ‘이명박의 과거’에 버금갈 정도로 이 후보를 두고두고 괴롭히며, 이 후보를 지지하려던 사람들을 떨어져 나가는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자인 보수층 외에 범여권 지지자들을 포용해야 한다. 이번 대선도 지난 16대 대선처럼 승부는 한자리수 이내의 박빙이 될 공산이 크다. 나의 지지층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지지자를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싸움에서 이기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서울시장 선거와 한나라당 경선을 치른 이 후보가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같은 3가지를 확실히 하면 17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조건일 뿐 절대로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되는 길은 어렵다. 특히 ‘야당 후보’로 정권을 빼앗는 일은 ‘여론조사’처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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