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산업이다"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7.08.21 13:38

한국 바이오산업 성공의 길<3-끝> 의료산업 어떻게

"의료가 빠진 바이오.제약산업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A사장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의료쪽으로 진전됐다. "우리는 의료를 산업으로 보지않고 있다. 공공섹터 일 뿐이다. 의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병원을 차리고, 돈이 되는 쪽으로 전공을 선택하는데 정부는 병원을 여전히 비영리를 추구하는 공익기관으로만 규정하려고 든다."

그는 "바이오벤처만 바이오가 아니다"라며 "병원 하나하나가 바이오산업이며, 현재 바이오산업중 제대로 실적을 내는 분야인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단을 받은후 약을 처방받아 먹는다. 그런데 여기서 신약개발만을 떼내서 미래성장동력산업이라고 지원하고, 의료부문은 쏙 빼놓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어떤 질환이 병원에서 진단되고, 궁극적으로 약이 병원에서 처방되고, 치료된다는 점에서 보면 병원은 바이오산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A사장은 갑자기 "의사들이 왜 부당청구를 하는줄 아는가"라고 물었다. "의사들이 원래부터 도둑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만은 않다. 그럴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는 건보의 적자이유가 의사들의 부당청구에 있다고 말한다. 의사가 도둑질만 안하면 충분히 적자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회사 경영자가 도둑이라서 노동자들이 고생한다는 논리와 같다."

의사들이 왜 범법을 불사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값싸고 좋은 의료서비스는 없다"며 "의료시장에도 차별성을 인정해야 하며, 간간히 사적 건강보험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공적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는 영국을 예로 들었다.

"영국은 대표적으로 사회주의적 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공공의료 시스템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부에 따라 의사들의 편중현상이 심하다. 뇌수술 심장수술 등 돈이 안되는 분야에는 의사가 모자란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의사들을 수입하기도 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미국 등에 가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의사들의 편중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2006년도 전기 과목별 전공의 지원자는 전체 수련병원 정원 3444명에 4089명이 지원해 1.1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미달과들이 속출했다. 흉부외과는 0.5대1, 예방의학과 0.42대1, 결핵과 0.25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응급의학과, 방사선 종양학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등도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성형외과(1.79대1), 정형외과(1.66대1), 피부과(1.65대1), 안과(1.57대1)에는 지원자가 몰렸다.

사실 병원도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성형, 피부, 척추 등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41개국 557명에 달했다. 이중 상위 5개국이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대만의 순이며, 매년 30%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외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경우에 비해 들어오는 환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외국에 나가서 치료하는 자금의 규모는 1억~3억달러 수준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외국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유치활동을 아예 하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아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외국 영리병원은 허용되지만 국내 병원은 영리법인으로 운영할 수 없다. 이른바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 우리는 아직 영리병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법인병원중 영리법인 비율이 10.8%에 달하고 공공성이 강한 영국도 영리병원이 8.7%에 달한다. 프랑스는 19.0%다.

"우리도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A사장은 말했다. 영리법인을 가능하도록 한다고 해서 비영리법인이 도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여전히 공공병원 및 비영리법인이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자는 얘기다. 지난해 스탠포드대학병원에서 만난 한 국내의대 출신 임상의사는 "제대로된 의사가 되고 싶어서 미국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의사가 의사이기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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