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행들 '콘두이츠' 망령에 쩔쩔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08.20 10:06

IKB 이어 작센은행도 거대한 콘두이츠 운용으로 위기

전세계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발 신용경색 파문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종류의 단기 채무와 이와 연관된 증권을 '욕'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은행들은 기업어음(CP)으로 알려진 많은 증권을 발행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P발행은 '콘두이츠'로 불리는 은행들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럽 은행들 '콘두이츠' 공격적 강화
많은 독일 은행들은 빌린 돈으로 서브프라임 같은 미국 모기지 증권을 담보로한 증권을 사들였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시장이 망가지면서 커지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CP 발행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그들의 대출 자산을 자신의 장부가 아니라 콘두이츠에 넣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독일 주정부 소유의 작은 은행인 작센 LB는 은행 컨소시엄이 작센 자신과 자신이 설립한 콘두이츠를 구조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작센은 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CP를 매각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독일 산업은행(IKB)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주로 콘두이츠를 통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발행이 폭발했다. S&P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세계적으로 9830억달러의 ABCP가 발행됐으며 이는 10년전에 비해 5배가 많다.

콘두이츠는 CP를 발행해 만기가 1년이 안되는 단기자금을 빌린다. 이 자금은 금리가 더 높은 장기 채권을 사는데 쓰인다. 콘두이츠를 두고 있는 은행은 자산 운용에 따르는 수루료와 투자수익을 거두게된다. 은행들이 실적개선의 한 방편으로 콘두이츠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콘두이츠 사업은 그러나 투자자들이 콘두이츠가 사들인 자산의 가치에 대해 의심을 품고 더이상 콘두이츠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거부할 때 붕괴된다. 콘두이츠는 자신이 발행한 CP를 살 투자자들 찾기위해 애를 쓰는데, 문제가 있는 자산이라고 소문이 나게되면 투자자들이 매우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바로 IKB가 많은 CP 때문에 은행들의 구조를 받기에 이른 배경이다.

콘두이츠에 얼마나 많은 부실이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일부 독일 은행들은 사업대상을 독일 이외의 지역으로 늘리는 등 2002년 이후 공격적으로 콘두이츠 사업을 벌였다.

콘두이츠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없으며 위험한 모기지에 노출된 규모가 미미하다고 말해왔다.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서브프라임에 오염된 고위험 자산은 구제되고 있다. 신용사업을 해온 금융기관들의 이익 손실 규모는 대체로 제한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의 콘두이츠 규모, 위험 수위 넘어


유럽 대륙의 경우 대형 은행들이 앞다퉈 세계 최대의 콘두이츠를 운용해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ABN암로와 포티스 그리고 영국의 바클레이와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그리고 독일의 독일은행 등 유명한 은행들이 콘두이츠 사업에 열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씨티그룹과 아메리카은행(BOA), 와초비아 등이 공을 들였다.

그런데 독일 은행들이 특히 손실을 많이 입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규모 은행들이 자산에 비해 큰 콘두이츠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가 이들 은행들이 콘두이츠로 인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이 높다.

무디스 Co.의 런던 팀장인 아토니오 바발로는 "서브프라임에 노출된 이들 소형 은행들은 그들의 유동성이나 위험관리 능력 다시말해 금융전반의 자원이 급격한 밸류에이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센 은행의 예를 보자. 이 은행은 독일 주정부가 소유한 은행(란데스방켄)중 소규모 은행이다. 자본금은 14억유로, 118억9000만달러다. 작센은 오르몬드 키펀드 PLC.라는 콘두이츠를 소유하고 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리포트에 따르면 2004년에 설립된 오르몬드 키는 지난 6월말 기준 125억7000유로의 자산을 두고 있다. 주로 CP발행을 통해서 영업이 이뤄졌다. 미국 자산에 투자한 규모는 전체의 43%인 54억유로에 달한다. 다른 자산은 유럽시장에 투자한 것이다.

오르몬드는 주택관련 모기지에 70억9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전체 자산의 56%에 달한다. 미국 소재의 자산인지는 불투명하다. 무디스는 투자한 자산의 신용등급은 트리플 A라고 했다.

소형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작센과 IKB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콘두이츠를 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레딧사이츠의 런던 소재 애널리스트인 사이몬 아담손은 "독일의 주정부가 소유한 은행들은 종종 단기 자금을 빌리고 관련 자산에 투자해왔다. 과거에도 이 사업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은행 자산에 비해 막대한 콘두이츠를 두고 있는데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말고 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작센은행의 대변인인 프랭크 스타인마이어는 오르몬드키가 서브프라임에 노출됐는지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오르몬드 키가 단기 부채 담보부증권을 파는데 어려움을 겪자 은행 컨소시엄이 173억 유로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독일 은행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채권 사업을 다른 대륙으로 확대했다. 유럽대륙은 2100개가 넘는 금융기관으로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이었다.

콘두이츠는 1998년경 독일 연방은행인 바이에른과 웨스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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