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개미들 "속이 새까맣게 탄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김동하 기자, 홍혜영 기자 | 2007.08.17 16:26

뒤늦게 동참한 개인투자자들 낭패…반대매매 위기 내몰려

서브프라임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지수가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하락하면서 뒤늦게 증시상승에 동참한 개인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신용융자까지 당겨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중에는 여유자금 부족으로 반대매매 위기에 처한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주부 김모씨(45)는 요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코스피 2000을 향해 질주하던 7월 '주식하면 돈번다'는 주위의 소리에 솔깃해 남편 몰래 만기가 돌아와 찾은 적금 600만원으로 시작한 주식투자가 급락장을 맞아 30% 가까이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7월 4일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1주당 5만8000원에 103주를 샀다. 매수 주식이 6만원을 웃도는 가격을 형성하자 '정말 투자 잘했다'는 뿌듯함도 밀려왔다.

그러나 최근 이틀새 불어닥친 급락장에 김씨는 할말을 잊었다. 17일 4만1350원까지 떨어진 대우조선해양 주식으로 30%가까운 손해를 입은 김씨는 200만원 가량을 불과 한달 남짓만에 날려버려 전전긍긍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학원비라도 벌어보려고 시작한 주식투자가 '상투'를 잡으면서 '원수'로 다가온 셈이다.

주식투자를 권유한 주변 지인들을 잠시 원망하기도 하지만 이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쓰라린 가슴만 달래고 있다.

그마나 김씨는 나은 편이다. 증권사에서 권유하는 신용거래를 하지 않고 '원금'만 갖고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김모씨도 신용융자까지 받아 주식투자를 하다 낭패를 보고 있다. 유통업에 종사하며 투자경력 8년의 김씨는 투자자금 9000만원에 신용융자액 2억5000만원 등 3억 4000만원으로 지난 7월 중순 한진해운과 한화, 삼성테크윈의 3종목에 투자했다.

7월말 평가금액은 4억9500만원. 그러나 17일 기준으로 김씨는 7월말 대비 1억5500만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3종목 모두 신용거래를 걸어뒀기에 7400만원 가량의 담보부족액이 생겼다.

현금으로 담보부족액을 채워넣거나 주식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책'이 없다. 여유자금 부족으로 김씨의 주식은 곧 반대매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원 이모씨(34)도 요즘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이다. 상사의 눈치를 피해 보던 주식거래시스템(HTS)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3년간 끊었던 담배도 물어들었다. 펀드를 환매해 마련한 300만원에 증권사에서 600만원을 신용융자로 빌려 주식에 투자했지만 해당 종목이 급락장에서 30% 이상 내려앉으면서 '깡통계좌'가 되기 일보직전이다.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하락하자 반대매매로 신용융자금 일부를 회수당했고 자금을 채워넣을 여력이 부족해 속절없이 가슴만 태우고 있다.


# 전업투자자 정모씨(50)는 요즘 산책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장 중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비우지 않지만 최근 이틀간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보유종목을 모두 던지고 밖으로 맴돈다.

같은 사무실의 후배 전업투자자 이 씨만이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이 씨는 신용거래로 사둔 일부 종목을 손절했고, 평소의 절반 정도만 주식을 보유중이다.

이 씨는 "지금은 같은 사무실에서 서로 대책회의를 하기도 뭣한 상황"이라며 "같이 일하는 형이 자리를 비웠지만 나라도 사무실을 지키면서 주식을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모 증권사 영업직원 석모씨(36)는 연이틀 급락장에 할말을 잊고 있다.

석씨는 지난 6월 증시 활황시 영업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신용융자까지 알선하며 투자를 권유했다. 최근 순식간에 폭락 사태를 맞으면서 석씨는 투자자들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하다.

예전과 달리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영업직원에게 돌리는 경우는 없어 '멱살잡이'까지는 이어지지 않지만 투자권유에 대한 민망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석씨는 "완전히 초상집분위기"라며 "현장 분위기는 9.11 테러 당시에도 이렇지 않았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 이처럼 최근 태풍으로 다가온 증시 폭락에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태풍이 홍수처럼 밀려들며 급락하는 장세에서 뒤늦게 주식투자에 동참한 개인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6월이후 증시에 뛰어든 '개미'들은 원금 손실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가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떨어지며 신용융자와 관련된 담보부족 계좌도 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850- 2004구간인 7월9일 - 8월2일중 개인의 코스피시장 주식만 2조7847억원이다.

코스피지수가 전날 6.93%에 이어 3.19% 급락한 17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과 16일 이틀간 담보부족계좌수는 545계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72계좌에 이르는 수치다.

이달초만 해도 현대증권의 담보부족계좌수는 하루 평균 10계좌 정도였다. 그러나 급락장에서 하루 평균 담보부족계좌수가 27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외국인의 매도가 수그러들지 않고 개인의 매도심리도 커지면서 반등세로 돌아서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문제"라며 "주식시장을 '투기의 장'으로 여겨 빚까지 내서 뛰어든 개인들은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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