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신용위기 야기한 신평사

김경환 기자, 박성희 기자 | 2007.08.16 10:32

발행기관과 유착, 부실 모기지에 높은 등급…부실 키운 일등공신

신용평가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를 키웠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이번 위기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공식 조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이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용평가사들과 모기지 증권을 발행한 언더라이터들과의 깊은 유착관계가 지금과 같은 심각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창출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언더라이터들과 유착해 모기지 증권에 높은 신용 등급을 남발함에 따라 모기지대출도 확대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한마디로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해이'가 서브프라임 위기라는 총체적 위기를 잉태한 것이다.

그리고 언더라이터들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해 신용평가사들과 유착한 것을 일러 '등급 쇼핑'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 국제 신평사, 모기지 위기 방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지난 2000년 '피기백 모기지'를 비롯, 모기지의 부도율이 크게 높아질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피기백 모기지란 한 대출자가 주택 구입하기 위해 2번째 모기지를 빌리는 것을 말한다.

'피기백 모기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붐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S&P는 6년후 피기백 모기지에 대한 견해를 "부도율이 높아질 것 같다"면서 뒤집었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1조1000억달러 대로 확대된 후였다. 신용평가사들이 부실이 커진 모기지 시장을 수수방관한 것이 마찬가지였다.

결과로 모기지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부도율은 증가하고, 모기지에 기초한 증권 및 채권을 매입하던 투자자들은 이들 가치 하락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헤지펀드들은 큰 손실을 입었고,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환매를 중단하는 펀드들도 잇따라 생겨났다. 호주 독일 등 해외 투자자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은행들도 결국 신용시장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

◇ 신평사, 방관 뿐 아니라 부실 확대에 기여

끊임없이 대출을 했던 모기지 대출업체들과 주택 구매자들, 모기지를 증권으로 바꿔준 월가 투자은행들이 이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S&P, 무디스, 피치는 속으로 곪고 있는 모기지 증권에 대해 최고 등급을 부여했다. 그리고 미국 국채 만큼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신용평가사들과 월가의 증권 발행 투자은행(언더라이터)들과의 유착 관계가 문제였다. 언더라이터들은 증권을 발행할때 항상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함께 작업해 모기지 증권들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위험성이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들이 대거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모기지 증권에 대한 높은 신용등급은 모기지 대출을 늘어나게 만드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앞서 엔론이 파산할 당시에도 신용평가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엔론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기업들의 분식회계 파문이 발생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좋은 평가를 내렸고 뒷북만 쳤다.

결국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은 올 여름들어 수백종류의 모기지 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그리고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 언더라이터-신평사 유착, '등급 쇼핑' 논란

서브프라임 증권 시장은 신용 평가사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다른 회사채와 비교해 모기지 증권 관련 수수료는 2배 가량 됐다.

그리고 신용평가사들은 언더라이터들과의 유착을 통해 모기지 증권 발행에도 영향력을 발행했다.

또 언더라이터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등급을 받지 못할때에는 다른 신용평가사들에게 접근해 도움을 받았다.

이를 두고 무디스의 전 국장인 마크 아델슨은 '등급 쇼핑'이라고 까지 지적했다.

이미 문제가 불거질때는 월가 투자은행들이나 헤지펀드들의 모기지 증권 투입 비중은 크게 높아진 후였다.

◇ 신평사 책임 규명 조사 착수

이에 따라 최근에는 위기를 야기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조사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집행위원회(EC)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관련한 신용평가업계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FT는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우려가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신평사들은 모기지 관련 채권에 대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하이오주 검찰총장인 마크 댄은 신용평가사들이 투자등급을 남발해 수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댄은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 사이에 의미심장한 관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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