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쏠림현상으로 신용경색 우려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 2007.08.15 13:48

中企 대출·마이너스 대출 증가…경기순환주기는 더 짧아져

넘치는 유동성으로 대규모 자금들이 한 곳으로 대거 이동하는 쏠림현상때문에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와 같은 현상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BNP파리바의 환매중단같은 사태가 또 한번 발생한다면 국내 시장도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처럼 비우량 주택담보시장에서 중소기업 대출부문, 개인대출 부문으로 대규모 자금이 빠른 시간내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자칫 신용경색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뭉치자금 급속한 이동
1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의 주식시장 호황으로 자금이 안정적인 은행에서 빠져나와 은행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주식시장으로 급격히 몰리고 있다.

5월 6조9000억원, 6월 13조3000억원이 증가했던 은행 수신 규모가 7월 들어서는 8조1000억원이 감소하는 급격한 이탈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7월 2조8000억원이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그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주식시장에 흘러들어간 돈은 5월 4조3000억원이 증가하더니 6월에는 8조2000억원이 증가했고 급기야 7월에는 10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7월 1조3000억원이 증가했던 것을 보면 돈의 ‘뭉치’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다.

기업부문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금융시장 차원에서 보면 그만큼 대출위험도가 대기업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 6월 8조1115억원으로 한은이 관련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충분히 리스크를 감안해 대출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대기업에 비해 대출 리스크가 큰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마이너스대출도 크게 늘고 있어 개인대출 부문의 신용경색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7월 개인의 마이너스대출은 1조6000억원이 증가해 지난해 7월(증가액 0원)와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거 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 등을 하고 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짧아지는 자금 이동 주기

문제는 이같은 뭉치자금이 경기상황에 따라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내놓은 ‘최근 경기순환의 특성변화를 반영한 경기분석 모형의 개선’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주기가 평균 26.7개월로 외환위기 이전(52.8개월)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

그만큼 경기의 호황과 불황주기가 짧은 시간에 반복된다는 것으로 그에따라 자금의 이동도 더 잦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한 금융통화위원은 “가능성은 적지만 BNP파리바와 같은 사태가 한 번 더 터진다면 국내 시장도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도 일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세가 꺾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 발생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콜금리 초강수를 둔 것을 보면 시중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면서 "지표상으로는 안정돼 있지만 체감물가가 하반기에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으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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