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퀀트펀드 어떻게 2주새 30%나…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7.08.14 13:20

위험자산 과다 편입+레버리지+유동성 증발 등 맞물려

골드만삭스의 대표펀드인 '골드만 에쿼티 오퍼튜니티즈'(GEO)펀드가 8월들어 2주만에 28%의 손실을 입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기간 S&P500지수가 2%도 채 하락하지 않았는데, 명색이 에쿼티(주식)이라는 문패를 단 펀드가 30% 가까이 폭락한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배경에는 퀀트펀드의 속성,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엄청난 레버리지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자산 배분 등이 복잡하게 자리잡고 있다.

1 퀀트펀드란
골드만삭스의 알파펀드(-26%), GEO펀드(-28%) 그리고 손실 공개를 압둔 바클레이즈 펀드 등은 모두 퀀트펀드다.

퀀트펀드는 계량적 모델(Quantitative Model)을 바탕으로 컴퓨터에 깔아둔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적으로 매매가 진행되는 펀드다. 매매는 사람이 아니라 트레이더나 설계자가 설치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추적하는 것은 자산간의 괴리율이다.

적정한 가치에 비해 높으면 팔고 낮으면 산다. 다시말해 위험이 없는 차익거래(arbitrage)를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GM과 포드가 발행한 주식이나 채권의 적정한 괴리율이 2%로 GM이 싸다고 할 경우, 시장의 괴리가 이수준을 넘으면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매도하면 된다. 이게 퀀트펀드의 기본 구조다.

그런데 문제는 GM의 주가가 유동성 위기 등으로 급변하는데서 발생한다. 괴리가 커졌으니, 컴퓨터는 싼 GM을 매수하겠지만 대형 악재를 만난 주가는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실이 불가피한 것이다. 가뜩이나 악재를 아는 투자자들은 GM을 사기를 더 꺼리게되고 주가는 더 하락하면서 GM을 매수한 퀀트펀드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2 서브프라임 부실은 어떻게 퀀트펀드를 망가뜨렸을까
미국 투자은행들은 자산을 유동화시키는 전문가 집단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동화하지 못하는 자산은 없다. 집, 기름, 기업 매출 등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한다.

증권은 다양한 신용등급을 갖고 금리 수준도 다르기 마련이다. 고수익을 원하는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금리가 높은 투기등급 증권에 주목한다. 그러나 투기등급 증권만을 팔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수요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량한 등급과 투기등급을 섞어서 판다. 이 묶음을 만드는 특수목적법인을 콘두이츠(Conduits)라고 부른다. 그 비율은 수요자의 성향에 따라 달리 정해진다.

미국 은행들이 콘두이츠를 통해 최근 가장 많은 증권을 발행한 시장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시장이었다. 주택대출을 담보로한 증권(CDO)을 대량 발행해 이를 묶어 펀드에 팔았다. 여기에는 프라임 모기지는 물론 이보다 덜 우량한 '알트 A' 그리고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섞여있다. 펀드들은 이를 대규모로 매입해 차익거래도 하고 파생상품으로 재가공해 운용했다. 단순한 CDO투자라면 금리나 지수관련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를 한다.

위험을 완전히 배척하는 퀀트펀드라면 서브프라임을 완전히 배척하는 게 맞다. 위험을 부담하고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라면 콘두이츠의 금리가 8%라고 했을 때 포트폴리오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최대 8% 담을 수 있다. 주택시장에 위기가 와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치가 제로(O)가 된다는 가정하에 손실 가능한 규모 만큼만 사야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SIVs'(Structured Investment Vehicles)라고 부른다.

그러나 집값이 계속 상승해 서브프라임 모기지까지 호황을 보이자 퀀트펀드는 서브프라임 비중을 늘리며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편법'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퀀트펀드가 운용 룰의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중이다.

GEO펀드의 경우 에퀴티(주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에퀴티에는 주식 뿐 아니라 부동산 채권을 모두 망라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CDO(collaterallized debt obligation)의 오블리게이션도 증권이라는 뜻이 있다. 용어의 애매모호함도 퀀드펀드 시장의 위험요소중 하나다.

3 퀀트펀드가 손대는 위험자산 많다
CDO뿐 아니라 퀀트펀드들이 적극 사들인 자산에는 상품구조가 복잡한 상품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ABCP(자산유동화 신종 기업어음,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이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금리가 아주 높아 펀드에서 적극 매입했다.

그런데 신용경색으로 이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부동산업자들이 주택을 담보로 발행한 CP는 거래자체가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서브프라임 등급의 CP를 많이 편입한 펀드가 타격이 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A1'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는 익일 만기 ABCP 수익률은 2001년 이후 최고치인 5%대 후반으로 치솟기도 했다. 어음 가격이 그만큼 급락한 것이다.

ABCP는 상환이 되기전에 수 일에서 수 개월동안 지속된다. 만기가 짧기 때문에 빈번하게 롤오버가 이뤄져야한다. 그런데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CP의 경우 롤오버가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상황이다. BNP파리바은행이 운용하는 3개 자산유동화펀드(MBS)가 자산측정이 어렵다며 환매중단을 선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ABCP처럼 구조화된 상품투자는 보유한 자산에 대한 신뢰에 달려있다"며 "최근 신용시장에서 자금탈출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신뢰가 깨졌고 자산이 도매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 레버리지가 퀀트펀드 손실 키운다
퀀트펀드의 장점은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자산 부풀리기)에 강하다는 것이다. 통상 자산이 10억달러면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100억달러를 운용한다. 원금에서 1% 수익이 가능했다면 레버리지 후 퀀트펀드의 수익은 10%(차입비용 제외)가 된다. 그래서 20배가 넘는 레버리지도 동원된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는 끔찍하다. 레버리지가 없었다면 1% 손실에 끝났겠지만 10배로 부풀려 투자했을 경우 손실은 10%로 늘어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5% 채운 콘두이츠를 생각해보자. 레버리지가 없다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최대 5%의 손실을 입게된다. 그런데 10배로 확대해 투자했다면 손실은 50%가 된다. 2주만에 30% 손실을 입은 GEO펀드보다 훨씬 나쁜 성적도 가능한 것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공매도(숏셀링)가 자유롭다.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매우 유리한 여건이다.

뿐만 아니라 펀드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자산을 인수하고 또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식으로 레버리지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5 전염은 막아야하는데...
퀀트펀드의 손실을 키우는 다른 경로는 포트폴리오의 전염이다. 프라임, 알트A, 서브프라임 등 다양한 CDO로 구성된 콘두이츠에서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로 직접 타격을 입은 포트폴리오는 당연히 서브프라임이다. 그런데 환매요구가 있을 경우 서브프라임 CDO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이 펀드는 알트A나 프라임 등급의 모기지를 매각하는 방법을 찾게된다.

이에따라 서브프라임이 아닌 모기지 가격도 하락하는 등 오염이 다른 등급의 자산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주식과 모기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라면 유동성이 보다 풍부한 주식을 서둘러 팔 것이고 이는 증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우량 모기지를 넘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입히는 셈이다.

6 신용경색 발생하면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
최고경영자(CEO)까지 옷을 벗은 독일 IKB은행의 경우 7월초에만해도 200억유로에 가까운 자산을 발행한 콘두이츠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7월 중순 IKB가 서브프라임이 노출됐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ABCP투자자들이 롤오버를 거부했다. 신용경색과 함께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들도 사라지고 말았다. IKB는 서둘러 위기를 고백하고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두 펀드의 위기는 순간 확산되면서 유동성이 증발하는 효과를 낳는다. 서둘러 CDO와 CP를 팔려고 경쟁을 벌이게되고 가격은 급락한다. 동시에 펀드가 부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매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식의 의심은 커져간다.

바클레이즈의 전세계 수석 신용전략가인 로버트 매커디는 "지금 상황은 불신이 너무 커졌다. 누구도 (자신이 사거나 팔 자산이) 사과인지 오렌지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유럽의 많은 펀드들이 ABCP의 유동성 악화로 은행들에게 새로운 신용라인을 요구했으나 은행들 역시 위험을 의식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긴급 투입해 유동성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조치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헐값의 ABCP를 사들이는 소위 '벌처펀드'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바닥신호로 삼아 신용시장이 안정화되기를 바라지만 문제해결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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