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13일 운용자산 3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에쿼티 오퍼튜티니'(GEO) 펀드에서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인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손실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펀드 환매 요청을 막기위해 신규 투자자를 통해 30억 달러를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다.
영국 3위은행 바클레이스의 자회사 바클레이스글로벌인베스터(BGI)는 14일(현지시간)까지 '32캐피탈펀드'의 주간실적을 투자자에게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BGI는 지난 6월말 현재 운용자산이 2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펀드운용사 중 하나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존한 시장 전망으로 운용하는 퀀트펀드로 명성이 높다.
투자자들이 꼬리를 무는 은행의 펀드수익률 공개, 이른바 '고해성사'를 앞두고 벌벌 떠는 것은 비단 손실 때문만이 아니다. 주요 펀드를 더이상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강하다. 때문에 투자기법이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을 통해 얽혀 있다는 펀드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앞서 독일산업은행(IKB)의 사례는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이 낳은 불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IKB는 지난달말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 거액의 손실을 입었고 올해 실적도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여파로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고 대주주인 국책은행이 손실을 모두 떠안기도 했다. IKB는 이같은 '항복선언'을 하기 불과 열흘 전 올해 순익이 2억8000만유로(3억8300만달러)로 실적호전이 예상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곧 밝혀질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IKB와 이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 사이에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IKB는 2002년 이후 170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MBS)에 투자했는데, 부채담보부증권(CDO)에도 적지않게 투자했다. IKB는 겉으로 보기엔 기준을 충족하는 자산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신용평가사가 투자자산을 IKB에 유리하게 평가했고 그 결과 CDO는 규정상 담을 수 없는 위험한 자산을 편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이 호황일 때 IKB 펀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신용경색이 심화되자 위험자산들이 IKB를 위기로 내몰았다.
신용평가사는 IKB로부터 연 평균 2억달러 정도의 수입을 챙겼다.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 IB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펀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말'과 달랐다.
BNP파리바은행은 서브프라임 문제에 자신있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불과 2주 후 MBS의 가치측정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3개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금융기관들이 뒤늦게 펀드의 부실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계속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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