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브프라임 충격 사전차단 주력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7.08.13 16:06

영향 제한적 낙관 불구, 불안심리 방지 위해 선제 대응

"신용경색이 조금이라도 우려될 경우 시장에 안정자금을 즉각 풀겠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불똥이 국내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섰다.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김석동 재정경제부 1차관)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이지만 만의 하나 불거질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책을 꺼내들었다.

◆시장 심리를 안정시켜라=정부는 1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불거진 신용경색 위기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데 따라 대책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점검 결과 국내 금융사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했다. 김 차관은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다. 이 부총재도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웃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는 말을 건네자 "우리는 큰 걱정이 없으니까…"라는 말로 응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동향 점검차 마련된 자리였다"며 "금융이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시장에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너무 걱정말아라= 국내 금융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 역시 양호하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재경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투자 규모는 5개 은행 6억달러, 9개 보험사 2억5000만달러 등 총 8억5000만달러 규모다. 이 중 평가손실 규모는 전체의 10%인 85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체 보유 채권 중 80%가 A-, 나머지는 트리플 B 등급 수준으로 신용등급이 비교적 양호하다.

아울러 국내 주택담보대출 체계가 미국과 달라 유사한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국내 저축은행의 주택담보연체율은 9% 내외로
미국의 19%에 비해 낮고, 주택담보대출 비중도 10% 전후에 불과하다.

김 차관은 금융기관들의 외화유동성 문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여러 정책 대응을 할 수 있는 수단과 의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 80%인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비율을 조절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한 뒤 "해외 투자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유동성 즉각 공급한다=정부는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파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지속되거나 증폭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공개했다.

이 사태가 국내 시장에 신용경색을 가져올 경우 유동성 조절 대출 및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통한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즉각 시장에 돈을 풀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두 기관은 프랑스의 세계 8위 규모 은행인 BNP파리바가 환매를 중단하자 신용경색을 우려, 긴급자금을 투입했다.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전반적 리스크 관리방안도 마련하고, 국내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사항 등의 요인도 점검하기로 했다.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증권 발행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와 현재의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모기지를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인수했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자금압박으로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내갈 경우 증시급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국제금융국장,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한국은행 시장국장 등으로 구성된 금융시장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기로 했다.

전문가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단 신용경색으로 확대되면 충격파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미국 실물경제의 불황으론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경기 회복 추세 자체에는 큰 영향은 없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은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은이 콜시장에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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