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동원, 녹차야 농약 덩어리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7.08.13 13:36

가루녹차서 농약 기준치 초과 검출 소비자 비난 확산

"지금까지 마시던 게 농약 덩어리였다니!"

평소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며 하루에 세 잔 이상씩 동서가루녹차를 타서 마시던 이유진(27)씨는 자신이 마시던 녹차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몸매 관리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독성 농약으로 소비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배신감에 기가 막혔다.

국내 유명 식품업체인 동서식품과 동원F&B (32,050원 ▲1,100 +3.55%)의 녹차 제품에서 독성 농약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칼로리가 전혀 없고 소화를 촉진시켜주며 혈압 조절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졌기 때문에 여진은 더욱 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동서식품의 '동서가루녹차'와 동원F&B의 '동원가루녹차' 등 2종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농약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청은 시중에 유통 중인 녹차 29개 제품(국산 11개, 수입산 18개)을 수거해 잔류 농약 47종에 대해 검사를 벌인 결과 해당 제품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검사 결과 동서식품과 동원F&B의 제품에서 농약의 일종인 이피엔이 기준치인 0.05ppm 이하를 훨씬 초과한 0.23ppm, 0.19ppm이 검출됐다. 기준치보다 4배를 넘거나 육박하는 양이다.

이피엔 농약은 진딧물, 잎말이나방 등을 제충하기 위해 사과, 배, 담배 등에 사용하는 살충제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 전문가들은 이피엔은 유기인제 계열의 살충제 주에서도 특급 독성을 갖고 있어 사람이 200cc(한 모금에 20cc)를 음독했다고 하면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식약청은 동서식품과 동원F&B에 해당 제품 수거와 폐기조치 처분을 내렸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높기만 하다.

네이버뉴스의 관련 기사에는 누리꾼들의 비난성 댓글이 넘치고 있다. 'purehany'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어쩐지 마트 가면 동서가루녹차 두깨식 묶어서 1+1로 팔 때부터 알아봤다. 농약 팍팍 치니까 대량으로 싸게 재배됐느냐"며 해당 업체를 비꼬아 비판했다.

아이디가 'ezenith'인 또 다른 누리꾼은 "아무리 믿을 게 없다지만 녹차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녹차는 웰빙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이었다. 칼로리가 전혀 없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피를 맑게 해주며 소화를 촉진시키는 데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부각되면서 음료시장은 녹차의 전성시대였다.

녹차 광풍은 곧 '돈'으로 연결됐고 잎차, 티백, 가루녹차 시장은 연간 2150억원에 육박했다.

식약청 조사에 의해 농약이 검출된 제품은 시장규모가 비교적 작은 가루녹차지만 동서식품과 동원F&B가 판매하는 전체 녹차에 미치는 이미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해당 제품은 물론 제조업체의 전체 녹차 제품군에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동서식품과 동원F&B의 녹차들을 구매했던 소비자들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고 있다"며 "단지 제품을 판매해온 우리로서는 난감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국산 녹차들은 모두 기준치에 현저하게 미달했고 국내 유명 업체 제품이 적발돼 소비자들의 원성은 더욱 크다(표 참조).

동서식품측은 "과정과 결과가 어찌 됐건 소비자들께 죄송하다"며 "농약이 어디에나 뿌리게 마련인데 자체 검사를 하는 과정이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원F&B 관계자는 "가루녹차 사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유기농 녹차를 활용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청 위해관리팀 나병헌 팀장은 "앞으로 녹차제품을 특별관리대상 식품으로 지정해 정기적으로 수거 검사하겠다"며 "관련 제조업소를 대상으로 원료 및 제품에 대해 자체 품질검사를 철저히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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