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 '괴물'과의 싸움

유일한 기자, 김경환 기자 | 2007.08.12 22:19
"금융의 프랑켄슈타인" 세계증시를 뒤흔든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사태를 두고 나온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인조 괴물'이 투자자들을 두려움에 빠뜨리면서 국제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대서양을 오가던 이 '괴물'이 급기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주식과 환율을 매개로 간접적인 위세를 떨칠 조짐이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 중앙은행(ECB) 일본 중앙은행(BOJ) 등이 지난 9, 10일 긴급수혈한 자금은 3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캐나다·호주·스위스·싱가포르 중앙은행도 유동성 공급에 가세했고,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위험은 통제 가능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증시가 다소 회복하고, 널뛰던 단기금리도 잡혔다. 하지만 유럽증시가 이틀째 급락했듯 '괴물'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정확한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데다 다단계 차입(레버리지)이 포함된 복잡한 상품구조로 위기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에 이어 골드만삭스 등도 손실이 확대돼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루머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부실대출이나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을 보유한 은행 및 헤지펀드가 어디인지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들을 찾아내는 데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괴물'을 두려워하는 또다른 이유는 강한 전염성에서 비롯된다. 미국 대형 은행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신용경색 위기가 자산유동화증권(ABS)시장을 넘어 보다 넓은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의 채권전략가 에릭 제이콥슨은 "헤지펀드가 대규모로 성행하면서 완전히 다른 시장(상품)간 연계성이 전례 없이 밀접해졌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등이 복잡한 기법으로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파생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자산의 가치나 위험의 평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펀드는 여러 지역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빚도 공격적으로 떠안으며 고수익을 추구했지만 지금까지 그 안정성이 시험받지 않았다. 이에 연루된 펀드나 금융기관의 손실도 예측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의 두려움 자체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어음(CP) 금리가 2001년 9·11사태 직후처럼 급등한 점을 들어 두려움이 이번 신용경색에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파생상품에 돈을 댔던 투자은행들이 신용경색을 우려해 돈줄을 죄었고, 이 과정에서 CP 금리가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이 악순환에 빠지면 위기는 증폭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정체불명의 괴물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