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發 글로벌패닉, 배경과 전망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08.11 13:47

"신용위기 자체보다 투심 문제'…끝없는 황소와 곰의 싸움

"곰이 황소를 물리쳤나"

전세계 증시가 가시지 않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우려로 요동을 치고 있다.

최근 상황 전개를 살펴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전형적인 금융 위기로 전이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발생한 부실은 이제 모기지 시장을 넘어 금융권과 일반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보다 우량한 등급인 알트에이(Alt-A)로 번져 아메리칸홈모기지인베스트먼트(AHMI)를 부도로 몰고 갔다. 우려한 투자자들이 모기지채권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파산한 헤지펀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은행들도 모기지에 기초한 미국 자산담보부증권(CDO)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입었다. 신용시장이 경색되자 기업들의 채권발행은 더욱 어려워졌다. 자금조달시장 경색은 전반적인 금융 위기로까지 비화됐다.

미시건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파올로 파스칼리엘로는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최근 사태가 글로벌 위기라고 믿으면, 실제로 위기는 오게 된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러한 자기 최면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RB가 9~10일 이틀연속 긴급자금을 투입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 FRB 이틀째 긴급자금 공급 유동성에 숨통

FRB는 10일에만 380억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금융 시스템에 지원하면서 필요하다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RB는 전날에도 240억달러의 단기 자금을 공급했다.

FRB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호주 중앙은행 등도 긴급 단기 자금을 지원했다.

ECB는 전날 단일 시장 개입으로 사상 최대규모인 948억유로(1308억달러)를 시장에 투입한데 이어 이날도 610억5000만유로(836억달러)의 자금을 3일 만기 환매조건부채권 입찰을 통해 시중에 공급했다. FRB와 ECB가 10일에만 공급한 단기자금은 무려 1216억달러에 달했다.

호주 중앙은행(RBA)과 일본은행(BOJ)도 각각 42억달러, 84억9000만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했다. BOJ의 이 같은 지원금액은 지난 6월말 이후 최대규모다.

◇ 증시 패닉은 금융위기 전이 우려 때문

이번주 전세계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미국 신용시장 경색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199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다. 심리적 동요가 더 큰 패닉을 유발하고 있다.

9일 BNP파리바가 3개 헤지펀드 환매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은 금융위기를 언급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FRB 8월 FOMC 성명서 발표 이후 시장 우려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BNP파리바 발표는 미국 신용경색이 전세계로 확산됐다는 반응을 낳았다.

결국 뒷짐지고 있던 FRB도 유동성을 공급하며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됐다. FRB는 앞서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신용경색보다 오히려 경제에 더 큰 위협이라고 밝히며 미국 경제가 수분기동안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장후반으로 가면서 급격한 낙폭을 만회했다는 점이다.

◇ 중앙銀 개입, 금융위기 없을 것…다우 낙폭 만회 긍정적

각국 중앙은행이 발빠른 대응에 나선 만큼 이번 신용경색 위기가 금융시장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안도감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시장 안정화 능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

앨리스 리블린 전 FRB부의장은 "FRB는 유동성 공급에 관한 한 거의 무제한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며 "FRB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통한 자금공급에 나선 것은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일종의 '신호'"라고 말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31.14포인트 하락했으며, S&P500지수는 오히려 반등에 성공 0.04% 오른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앞서 마감한 유럽 주요 증시는 아직 패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3.71% 급락했고, 프랑스의 CAC40지수는 3.13% 떨어졌다. 독일의 DAX30지수는 1.48% 하락했다.

오크트리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로버트 파블릭은 미국 증시가 오후들어 급락세를 만회한 모습을 두고 "FRB의 추가 자금 투입은 이날 시장에 위안을 줬다"면서 "금요일 장세는 어떤 헤지펀드와 어떤 은행들이 손실을 입었는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고조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블릭은 "그러나 앞으로 시장은 안정성을 찾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주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서브프라임과 신용경색으로부터 주의를 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관심사는 FRB 금리 인하 여부

FRB가 긴급자금을 투입한 것을 두고 현 상황을 완전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FRB가 결국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를 해결할 돌파구는 FRB가 갖고 있다.

야데니 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드 야데니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영구적인 금리 동결'(perma-pause)은 이제 끝났으며, 금융 완화 정책이 시행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9월 18일에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유사한 행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FRB는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섰다. FRB는 과거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질때와 같이 신속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조지프 샤츠도 "FRB가 긴급 FOMC를 소집,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현상황에서 바라는 것은 금리 인하다. 금리 인하시 경색된 자금이 다시 시중에 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FRB가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은 금리 인하보다 유동성 공급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아직까지 인플레이션 위협이 완전히 수그러들었다고 볼 수 없어 금리 인하시 물가가 꿈틀거릴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9.11때처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FRB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FRB의 금리 인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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