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서브프라임' 투자손실 커지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 2007.08.10 16:53

일부 평가손 확대 추정..전체 규모 작아 파장 크지 않을 듯

BNP파리바의 펀드 환매 중단 여파로 글로벌 자산유동화 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회사들의 경우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고 아직은 평가손인데다 일반 고객의 피해가 없는 자체 투자여서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중인 미국 CDO 투자 금액은 원화로 8000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채권 가운데 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 주택담보대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채권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CDO는 채권이나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을 말한다.

금융기관별로는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4억9200만달러(4511억원)어치를 미 CDO에 투자하고 있다. 이중 서브모기지 편입비율은 30% 수준인 1억4700만달러였다. 우리은행의 CDO 채권 평가손은 지난 6월말 현재 2900만달러(266억원, 손실율 5.9%)였으며 최근 채권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서 평가손은 더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억 달러를 약간 웃도는 자금을 CDO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 정확한 투자 규모와 평가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전체 투자금액도 많지 않고 평가손이기 때문에 실현손익과도 차이가 있다"며 "실제 손해를 보더라도 농협 전체 손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2006년말 기준으로 약 4200만달러어치의 CDO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포함액은 370만달러로 전체의 약 4.6% 수준이다. 7월말 현재 평가손은 38만달러로 미미한 편이다.

국민은행은 CDO 투자액이 4000만 달러로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은행들은 CDO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평가손인데다 손실 규모가 크지 않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손이 비교적 큰 우리은행도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DO채권 보유를 통해 순마진율 1%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손절매 보다는 당분간 보유하면서 시장가격 회복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디스나 S&P 등 신용평가사들이 해당 CDO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경우 평가손이 크게 확대되면서 우려가 증폭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펀드 판매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체 투자라는 점도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이날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프랑스 BNP파리바의 경우 펀드 가입 고객들의 환매 요구에 응하는 과정에서 채권 매각이 이뤄지지 않자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은행들의 직접적인 투자손실 보다는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간접적인 연쇄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권의 경우 많게는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적인 손실이나 노출규모는 심각한 위협요인이 되기 어렵다"며 "금융시장 전반의 급격한 조정을 강제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에 더 주목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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