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위기 어디까지 왔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7.08.10 16:16

BNP파리바 펀드환매 중단 세계 금융 강타…각국 중앙銀 시험대

진정되는 줄 알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BNP파리바가 9일 자산담보증권 펀드 세 개에 대한 가치산정과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혀 금융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자 중앙은행들이 이례적으로 재빨리 개입에 나섰고 헤지펀드와 모기지 업체들도 잇따라 모기지 부실로 손해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금융업계 뿐 아니라 주택 건설업체도 신규 사업 파이낸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우울한 것은 미국 모기지 연체율이 서브프라임 뿐 아니라 그 보다 등급이 높은 논프라임(알트-에이), 프라임 등급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조짐이다. 주택 시장 침체가 빨리 끝나지 않을 경우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BNP파리바의 자회사인 BNP파리바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9일 "자산 유동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확한 신용평가 없이 자산의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며 "파베스트 다이내믹 ABS, BNP파리바 ABS 유리보, BNP파리바 ABS 에오니아 등 3개 펀드의 가치산정과 환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진정되는 줄 알았던 금융시장은 이 소식에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이어 일본은행과 호주중앙은행 등이 잇따라 긴급 자금을 금융권에 풀었다.

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 최대 모기지 금융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은 9일 최근 모기지 시장의 전례없는 조정으로 조만간 자사의 대출 여력이 소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차 모기지 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들이 모기지 채권을 인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곧 소비자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2차 모기지 시장에서 자산 유동화가 진행되는 과정이 매우 빨리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체인 테라곤은 신규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파이낸싱이 어려움에 빠져 앞으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전일 뉴욕증시 장마감 후 자사의 주요 펀드 수익률이 8월 들어서만 마이너스 8.7%를 기록해 올 들어 7.4%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헤지펀드인 하이브리지캐피털매니지먼트는 '하이브리지스태티스컬어포튜니티펀드'가 올 들어 16%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부분 2% 넘게 폭락하며 서브프라임 충격에 휘청거렸다.

그러나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은 6월말까지 최소 30일 이상 연체하고 있는 논프라임 모기지 비율이 20%에 달했다고 밝혔다. 논프라임은 서브프라임과 프라임 사이로 신용 등급이 양호한 고객들이다. 서브프라임에 그칠줄 알았던 모기지 연체가 그 보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논프라임 보다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 등급의 6월말 현재 연체율도 3.7%로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승률(1.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모든 등급을 포함한 연체율은 5% 상승했다고 밝혔다.


AIG도 지난 6월말까지 서브프라임 등급의 연체율은 3.68%, 논프라임은 2.13%, 프라임은 0.81%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AIG는 신용 점수에 따라 프라임과 논프라임, 서브프라임 등 3단계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BNP파리바에 이어 다음 매를 누가 맞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힘을 얻기도 했지만 BNP파리바 충격이 낙관론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렸다.

BNP파리바는 불과 지난주만 해도 자사담보부증권 펀드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BNP파리바의 이 발언은 허언이 돼 버렸다.

마켓워치는 대표적인 '퀀트펀드'인 블랙메사가 지난 8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해 중립적 투자기법으로 위험을 잘 분산해왔던 헤지펀드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산을 매각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청산이나 지난해 아마란스의 청산과도 닮은 점이 많다고 보도했다.

퀀트 펀드는 과거 시장의 움직임(통계)을 바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에 기반해 매매가 이뤄지도록 하는 계량적 접근을 주로하는 펀드를 말한다. 위험을 잘 분산하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비교적 작다는게 강점이다.

마켓워치가 입수한 블랙메사의 투자 편지에는 "최소 한 개 대형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막대한(massive)' 규모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중이며 이 때문에 이른바 중립적인 투자 포지션을 취했던 퀀트펀드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쓰여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 '노스 아메리칸 에쿼티 오퍼튜니티스'(North American Equity Opportinities)가 7월 한달에만 11%의 손실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는 다른 헤지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펀드로 단기간 급등에 따른 수익보다는 꾸준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 펀드다.

골드만삭스의 또다른 헤지펀드인 '글로벌 알파'의 일부 포지션도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처분한 바 있다. 한때 시장에는 골드만삭스가 9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알파를 청산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펀드들이 시장 상황의 급변을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면서 손실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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