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지난달 말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로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아시아 독감(Asian Flu)'이 있었다면, 10년 후 인 지금은 미국발 악재에 아시아가 전염되는 '미국 독감(American Flu)'이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이번 사태가 이머징 마켓에 옮겨붙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 노출 적어, 직접타격은 적을 듯
일단 아시아 금융권이 미국 서브프라임 시장에 노출된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중국의 경우, 대형은행들이 미국 모기지 채권을 1000억 달러 정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중 서브프라임의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6월까지 사들인 미국의 모기지 관련 채권은 107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전체 미국 모기지 투자금의 47.6%로 업계는 여기에 리스크가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5~10% 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만 금융업체중 미국 서브프라임 채권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은행이 42개 업체 중 1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금융당국은 그러나 대만 업체들의 피해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채권에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직접 채권을 매입한 헤지펀드 투자자로 참여했다기 보다 대부분 자산담보부증권(CDO)을 매입한 형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만기까지 보전받을 수 있는 형태로 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일부는 보증사를 통해 원금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아시아의 서브프라임 노출 규모는 크지 않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간접충격 불가피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서구의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 자산을 제일 먼저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간접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머징마켓은 올들어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에 더욱 취약하다.
실제로 신용경색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증시가 2%대 하락을 하면 아시아 증시는 3% 이상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증시는 2% 대 하락했으나 아시아 증시는 10일 오전 11시30분 현재 홍콩 항셍이 3.42%, 한국의 코스피가 3.98%, 타이완의 가권이 3.09%, 싱가포르의 ST가 3.70% 폭락하고 있다.
리델리서치그룹의 데이비드 리델 회장은 "최근 수년 동안 글로벌 유동성이 너무 풍부했기 때문에 이머징마켓 자산 가격은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올라 버려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한 이머징마켓은 어느 곳일까. 전문가들은 남미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리델 회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남미는 투자할 곳이라기 보다는 단지 베팅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남미 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분석이 많다. 또 경제성장률이 자산가격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버블이 덜한 편이다.
리델 회장은 "특히 인도는 중국 보다 미국과의 경제 연결 고리가 얇아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이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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