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LTCM의 악몽

김유림 기자  | 2007.08.10 08:58
미국 주택시장경기 침체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국제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9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는 바람에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387.18포인트(2.83%) 하락하고 유럽증시도 2% 이상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급락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중은행에 4개월래 1일 최대규모인 240억달러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단일 시장개입으로 최대규모에 해당하는 1308억달러를 공급해야 했다.

이에 따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가 지난 100년간 일어난 최대 국제금융위기인 러시아 국채상환중단과 롱텀캐피털매니지펀드(LTCM) 위기, 1930년초 대공황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 신용경색-국제금융시장 확산-변동성 증가에 뒤이어 최종적으로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사태로 발전하는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헤지펀드들은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노스 아메리칸 에쿼티 오퍼튜니티 펀드도 올들어 지난달 27일까지 15%의 손실을 입었고, 7월 한 달에만 11%의 손해를 보면서 자산을 매각했고, 또 다른 헤지펀드인 글로벌 알파 펀드도 일부 포지션의 청산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헤지펀드들이 대출을 위한 채권 발행시 금융기관에 약속한 증거금, 이른바 마진 콜(Margin call)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치울 수 있어, 이 경우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로 부실이 연쇄 확산되는 모습은 1998년 전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LTCM 사태와 딱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이런 금융시장의 패닉을 가라앉히기 위한 유동성 공급조치, 이른바 '버냉키 풋(Bernanke put)'이란 단어도 등장하고 있다. 1998년 LTCM 사태 때도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러시아에 대대적으로 베팅했던 대형 헤지펀드 LTCM는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직면하면서 루블화가 폭락하자 그대로 무너져 버렸고, 전세계적인 위기를 불러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위기가 이머징마켓으로 불똥이 옮겨붙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최근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로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아시아 독감(Asian Flu)`이 있었다면, 10년 후 인 지금은 미국발 악재에 아시아가 전염되는 `미국 독감(American Flu)`이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특히 이번 사태가 이머징 마켓에 옮겨붙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대형은행들도 서브프라임 위기에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매입한 미국 유가증권에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8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6월까지 사들인 미국의 모기지 관련 채권은 1075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전체 미국 모기지 투자금의 47.6%로 업계는 여기에 리스크가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적잖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재무성도 몇몇 대형 중국 은행들이 자국의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재무성 집계 결과 뱅크오브차이나(BOC)가 미국의 모기지 시장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OC가 보유한 모기지 채권은 지난해말 현재 901억달러에 달했다. 이중 서브프라임 투자 자금을 5%로만 계산해도 위험 손실은 최소 수십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밖에 중국의 상업은행, 교통은행, 건설은행 등도 서브프라임 채권에 일정 수준 이상 투자한 것으로 재무성 자료 결과 드러났다.

대만과 한국의 금융권도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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