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서 탄생한 은행' 주목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7.08.10 11:36

세븐일레븐 계열 세븐뱅크, ATM 서비스로 급성장

자동차, 카메라, 프로젝터, PDP TV…. 일본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품목들이다. 올해는 여기에 일본의 체인점이 새로 포함됐다.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이 점포수 3만2208개로 미국 맥도날드의 최다기록(3만1062개)을 제친 것이다. 맥도날드는 세계 190여곳에 진출한 반면 세븐일레븐은 거점이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미국, 대만 등 18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에는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로손' 'ampm' '미니스톱' '훼미리마트' 등의 5만여개 점포가 '콤비니'(コンビニ)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이다. 특히 이들 체인점은 성장한계에 직면한 일본 금융산업의 돌파구가 되고 있어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편의점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예금인출, 신용카드 사용뿐 아니라 각종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다. 직장인들을 위해 퇴근시간 이후에도 수납을 받아 인기다.

일본 편의점에는 모두 ATM이 설치돼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편의점 ATM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은행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세븐뱅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관계회사로 2001년 편의점 금융서비스를 위해 설립됐다. 일본내 15만여대의 ATM 가운데 1만2000대가 세븐뱅크 것으로, 은행권 1위(우정국 제외)다.

한 관광객이 도쿄 시나가와구의 세븐일레븐 매장에 설치된 세븐뱅크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있다.
세븐뱅크는 수익 대부분을 ATM 운영에서 얻고 있다. 예금은 받지만 여신상품이 없으며 신용카드 발급도 하지 않는다. 입출금 등 대부분 거래는 현금카드를 통해 ATM에서 이뤄지는데, 자사 고객은 무료고 타행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받는다. 즉, 수익기반이 자사가 아닌 타행고객으로, 일본내 대부분의 은행과 제휴했다.

세븐뱅크의 장점은 일본 전역에 펼쳐진 '세븐일레븐'의 영업망. 전국 '세븐일레븐' 영업망을 업고 세븐뱅크의 영향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도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글로벌 ATM사업이다. 그간 해외 관광객들은 일본에서 ATM을 이용해 현금을 인출할 수 없었다. 관광객들의 불만이 많았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외관광객 유치에 나선 일본 정부도 아쉬워했다.


세븐뱅크는 10억엔을 투자해 ATM 국제표준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관광 캠페인을 벌이던 비자카드 등과 손을 잡았다. 정부는 나리타공항 등 공공장소내 ATM 설치 및 홍보를 지원했다. 주요 호텔은 세븐뱅크 ATM의 안내책자를 비치했고, 비자카드도 홈페이지에 관광명소와 함께 세븐뱅크 설치 지역을 안내했다. 지난달 11일부터 해외 발급 비자카드·마스터카드 등으로 세븐뱅크에서 24시간 엔화 인출이 가능해졌다.

ATM 화면 및 거래명세서도 영어 한국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등 4개국어로 제공된다. 실제 새벽시간에 도쿄 시나가와구의 '세븐일레븐' 매장을 방문했더니 한국에서 발행된 비자 체크카드로 엔화 인출이 가능했다.

게니치 야마모토 세븐뱅크 기획부 부장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달이 되지 않았는데 나리타공항 등의 ATM에서 엔화 인출을 하는 해외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특히 교토 히로시마 등 수도권 및 관광지구에서도 사용건수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븐뱅크의 장점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 편의점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의 경우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하기 때문에 관광산업 진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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