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인물,나이 많으면 어렵다(?)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 2007.08.07 17:48
한국은행이 2009년부터 발행할 5만원과 10만원권 고액 화폐의 인물선정에 나선 가운데 역사적으로 너무 오래 거슬러 올라가는 인물은 선정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시간대가 현재와 거리가 너무 멀 경우 표준영정을 만들기 어려운데다 역사적인 사실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도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국민여론 수렴에 들어간 7일 게시판이 설치된 한은 홈페이지에는 게시 5시간 만에 댓글의견이 600개 가량이 달리는 등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고액권 화폐속의 인물 선정을 위한 화폐도안 자문위원회가 추천한 20명의 위인들 가운데 10명을 추려, 2차 후보를 공식 발표했다.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차 관문에 올라선 인물들은 김구선생과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가나다 순) 등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인물은 선정되기 힘들 듯
해상왕 장보고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들 모두 조선시대 이후 인물들로 역사적으로 현재와 그리 멀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인물 선정은 전적으로 자문위원회가 2명의 최종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고 선을 그은 뒤 “인물이 역사적으로 너무 먼 시대에 있다면 표준영정 문제나 역사적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0명의 후보중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인물은 장보고. 아무래도 10명의 후보군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장보고는 표준영정도 마련돼 있고 그의 행적을 증명할 역사적 사료들도 중국과 우리나라 등에 비교적 풍부하게 있어 나은 편이다.
이날 한은의 게시판에는 광개토대왕과 단군을 추천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을 감안해 볼 때 이들이 화폐 인물로 ‘간택’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20명의 후보군에 선택되지 못했을 뿐더러 광개토대왕의 경우 비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표준영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고 단군은 말그대로 우리나라의 신화속 인물이어서 채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씨 가문은 배제(?)

이번 10명 후보군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두 ‘이(李)씨’가 아니라는 것. 현행 화폐 속 주인공들이 모두 이씨였다는 점에서 독특한 점이다.

현행 1만원권의 주인공은 세종대왕(태조 이성계의 손자)이고 5000원 권은 율곡 이이 선생, 1000원 권은 퇴계 이황 선생이 각각 주인공으로 공교롭게도 모두 이씨 성을 가졌다.

이런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에 선정된 고액권 후보들에 이씨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고의로 특정 성씨를 배제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우연임을 강조했다. 한은으로써도 고의로 이씨를 배제하는 것은 이씨 문중으로부터 '몰매'를 맞을 일 임을 잘 알고 있을 것.

◆영향력 큰 한용운 선생

이번 후보군들의 면면에서 또 하나 색다른 점은 유관순 열사와 만해 한용운 선생이다. 유관순 열사는 당초 위원회가 선정한 20명의 후보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2차 후보군에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민여론 수렴 과정에서 유관순 열사가 가장 높은 지명 추천을 받아 ‘전세’를 뒤집은 것. 탈락한 나머지 10명의 후보들로서는 사뭇 억울할 만도 하다.

여기에 만해 한용운 선생의 ‘파워’가 의외로 세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 만해 선생의 시 ‘님의 침묵’이 문화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한용운 선생의 힘이 예상외로 세더라”고 말했다.

실제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관하는 ‘님의 침묵 서예대전’의 대상의 급이 대통령상일 정도로 정치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은은 국민 여론 수렴 절차 등을 거쳐 9월중으로 10명의 2차 후보군에서 4명을 추려내는 3차 후보군 선정작업을 한 뒤 늦어도 10월초쯤에는 최종 인물 2명을 뽑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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