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수면제 치사량에도 잠 못이뤄"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7.08.07 16:06

둘째 아들 "아버지 대신 나에게 벌을".. 김 회장은 '눈물'

1심 선고 공판 이후 한달 남짓만인 7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병색이 완연했다.

그는 푸른색 줄무늬 환자용 미결수복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입정한 뒤 방청석 쪽으로 힘겹게 얼굴을 돌렸다. 눈빛은 흐렸다. 항상 말쑥하게 빗어 넘기던 머리 모양도 이날은 많이 흐트러져 있었다.

호송관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피고인석으로 갈아 앉은 김 회장에게 재판장은 "몸이 불편하신가요"라고 물었다.

"네, 조금 그렇습니다." 겨우 알아들을만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 회장 변호인이 이날 공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김 회장의 상태는 이렇다. 수년 전 전신마취상태에서 받은 왼쪽 무릎 수술 후유증 때문에 왼쪽 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건 이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과 불면증, 기관지 천식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천성적으로 남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고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특별치료를 거부하고 버텼다"며 "그로 인해 현재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1심 선고 후 13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의사를 비롯해 모두들 구치소에 복귀하면 안된다고 말렸지만 일반인과 똑같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국민께 속죄라는 것이라는 생각에 구치소에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의사는 김 회장이 최소한 6개월간 안정된 상태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냈다고 한다.

다시 재판장이 김 회장에게 물었다. "제일 아픈 곳이 어딥니까?"

"다리 관절입니다."


"잠은 잘 잡니까"

"매일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루에 27알을 먹습니다."

다시 변호인의 설명. "피고인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또 수면제는 한번에 복용할 수 있는 최다량이 27정입니다. 거의 치사량을 먹어도 잠을 못이룬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김 회장을 치료했던 아주대병원 정신과전문의의 증언을 듣기로 했다. 변호인은 김 회장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비공개로 신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1심 공판때와는 달리 이날 공판에서 김 회장은 많은 말을 하지 못했다.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에 "네" 또는 "그렇습니다"라고 힘없이 대답할 뿐이었다.

그런 그가 재판 도중 재판부에 한가지를 요청했다.

"재판장님, 둘째 아들이 제출한 탄원서를 저도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유흥주점 시비의 장본인인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은 최근 재판부에 "아버지 대신 나를 처벌받게 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냈다고 한다.

피고인석에서 변호인을 통해 아들의 탄원서를 건네받아 읽던 김 회장은 안경을 벗고 두 팔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교차한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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