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신당, 시작부터 삐그덕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7.08.05 16:31
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대통합민주신당이 전국의 대의원 4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창당대회를 열고 범여권의 '대선승리'를 외쳤다.

그러나 '승리'보다 '집안 단속'이 먼저인 듯 보였다. '대통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에서 혼선을 드러냈다.

◇사람도 이름도 모두 헷갈려= '초고속' 창당의 후유증은 창당 당일에도 나타났다. 신중식 의원은 시민사회 몫 최고위원에 김호진 김상희 공동창준위원장을 추천했다. 그러나 김호진 위원장은 이날 아침 '백의종군'을 선언, 최고위원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

임시의장을 맡아 연단에 올랐던 김 위원장은 이 점을 지적했다. 장내는 술렁였다. 미래창조연대 측 최윤 대의원은 "김호진 위원장이 사의표명한 것이 신중식 의원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추가로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재제안한다"고 정정했다. "시간이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이다.

오충일 대표는 인삿말에서 스스로를 '민주신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 불러 쓴웃음을 자아냈다. 민주당은 신당을 향해 유사당명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손동영 정학규(?)= 이날 행사장 공식 컬러는 주홍색. 대의원들은 주최측이 준비한 주홍색 손수건과 막대풍선으로 '무장'했다. 이 때문에 옅은 녹색 피켓을 든 손 전 지사 지지자들은 주홍색 바다위에 뜬 섬처럼 보였다. 공교롭게 정 전 의장의 상징색이 주홍색이다.

무대를 기준으로 좌우 2층 스탠드에 마주보고 자리한 선진평화연대와 정통들은 경쟁적으로 지지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전을 벌였다. 사회를 맡은 이낙연 의원은 이들의 연호를 제지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이 의원은 "한꺼번에 부르니 손동영 정학규처럼 들린다"며 유머감각도 과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후보는 나란히 등장,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 뒤의 정청래 김현미 의원, 손 전 지사 뒤의 조정식 의원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대선후보들은 사전 추첨에 따라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순으로 소개됐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 우리당 대선주자들은 모두 불참했다.

◇당분간 '합당'에 올인= 당헌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향후 열린우리당 민주당과 합당을 위한 사전작업이다.

신당은 전국대의원 대회가 열릴때까지 전대 권한을 중앙위에 넘기고 중앙위가 가졌던 통합 수임기구 구성 권한을 상임중앙위로 넘겼다. 또 상임중앙위 구성은 최고위원회로 위임했다.


사실상 최고위원회가 합당에 관한 전권을 쥔 것. 이로써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우리당, 민주당과의 합당 여부와 방식을 정할 수 있게 됐다.

최고위원 구성은 '나눠먹기'가 뚜렷하다. 우리당, 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탈당파를 각각 대표하는 이미경 조일현 정균환 최고위원에 시민사회세력 김호진 양길승 최고위원이 각각 추대됐다. 오충일 대표를 합쳐 정치권과 미래창조연대가 3명씩 나눠가진 셈이다.

◇누가누가 왔나=자타가 인정하는 창당의 숨은 공신은 박광태 광주시장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박 시장은 민주당 대통합의 이른바 '8인모임'을 이끌며 탈당과 신당 합류를 주도했다. 김 전 의장은 대선불출마란 최후의 카드를 던지며 지지부진했던 대선후보 연석회의를 추동했다.

줄곧 대통합을 외쳐온 장상 민주당 전 대표와 김영춘 열린우리당 최고위원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엔 최근 범여권의 어떤 행사보다 많은 5000여명이 참석, 신당의 '위용'을 과시했다. 지도부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뜨거웠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은 저마다 사투리를 활용, 개성 넘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헤어져 마음이 아픈거래요 이제는 하나로 합친거래요'(강원) '옆으로 갈라카나 앞으로 가야지'(부산) '워메 저것들이 뭉쳐버렸어야 이제 나라걱정 없겠네이'(전북) 등이다.

행사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창당대회를 지켜봤다. 비정규직 노동자 2명과 몇몇 대학생들은 행사 도중 "비정규악법 통과시킨 민생개악 기만이다"고 외쳤으나 곧 장외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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