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공방 오갔지만..밋밋한 토론회

제주=오상헌 기자 | 2007.07.22 05:08

한나라 첫 TV합동토론회 제주개최..비정규직 해법 '이견'

노동.복지, 외교.안보 분야를 주제로 21일 제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첫 TV합동토론회. 최근의 '이랜드 사태'로 불거진 비정규직 문제와 당의 신대북정책을 두고 후보간 '공방'이 오갔다. 하지만 '토론회'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무미건조'한 의견나누기에 그쳤다.

이미 4차례의 정책비전대회(정책토론회)를 통해 각 후보별 노동.외교 분야 정책구상의 얼개가 드러난 데다 '원론'적인 수준의 질의 응답이 오간 탓이다. 더욱이 당 경선에 대한 지역 여론의 환기를 위해 지방에서 토론회를 열었지만 일반국민의 관심이 저조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토론회였다는 평가다.

'밋밋한' 토론의 와중에서도 그나마 쟁점이 된 것은 이랜드 사태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 비정규직 갈등의 원인을 두고서는 4명의 경선 후보 모두 의견을 같이 해 '차이'가 없었다.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이 되레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해법에서는 적잖은 '이견'이 노정됐다. 견해는 크게 노조 파업이나 노사간 갈등 문제에서 '법원칙'을 강조해 온 이명박·박근혜 후보와 노사 관계의 형평성을 우선하는 홍준표·원희룡 의원의 주장이 갈렸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 해법의 논리를 '고용 유연성'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 찾았다. 이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비정규직 해법'이라고 했다. "한번 고용하면 노조 때문에 해고시킬 수 없게 돼 있는 고용에 대한 경직성 때문에 기업이 정규직을 뽑지 않으려 하는 문제가 있다"며 "기업에 유연성을 주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기업의 임금 부담 완화를 위해 직무별 임금제도를 도입하고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특히 지난해 12월 직군별 임금체계를 통해 비정규직 해법을 마련한 우리은행을 모범사례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반해 홍준표 의원은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홍 의원은 특히 이번 이랜드 사태에서 사측의 책임을 거론하며 "이랜드 같은 대기업이 기업 경영의 자유를 내세워 대량해고 사태를 낳는 등 법을 일탈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제한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서는 법을 악용하는 회사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주의' 포기냐, 고수냐를 두고 논란을 낳은 신대북정책과 북핵 해결 방안에서는 비교적 전향적인 대북관을 지닌 홍, 원 두 후보가 박 후보를 '협공'했다.

박 후보가 "당이 내놓은 신대북정책이 상호주의를 포기한 듯한 내용인데 뭔가 이것이 사실이 아니겠지 믿고 싶다"고 하자 원 의원은 "처음에는 환영 입장을 냈다가 나중에 보수단체의 비판을 듣고 상호주의가 빠졌다고 반대하는 것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홍 의원도 "핵폐기 후 경제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핵 문제는 20년에 걸친 문제인데 박 후보의 주장대로 '상호주의'를 고수하면 앞으로 30년이 넘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박 후보는 1991년 이라크 전쟁 당시 현대건설 회장으로 재직하던 이 후보가 현지 근로자들에게 '현장을 지키라'고 했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이 후보의 국가 지도자 자격을 문제삼아 두 후보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박 후보가 "회사 수입이 직원 생명보다 더 중한 것은 아니다"고 꼬집자 이 후보는 "잘못 알려졌다. 근로자들을 다 철수시키고 직원 일부가 남아 있었는데 이라크 현지로 내가 직접 직원들 다 내보내고 현장을 (내가) 지켰다"고 반격했다.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