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곁가지 쳐내고 줄기에 협상력 집중"

브뤼셀(벨기에)=김익태 기자 | 2007.07.20 18:20

[2차협상 종료]무역구제 등 진전‥·양허수준·지재권 대립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막을 내렸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상품양허 수준, 비관세장벽 등에서 입장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반면 무역구제·반덤핑·분쟁해결 등에서는 합의를 끌어냈다. 상호 민감성이 떨어져 쉽게 의견일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분야다.

이번 협상은 곁가지를 쳐내고 자동차, 지적재산권, 비관세장벽 등 큰 줄기를 남겨 놓는 과정이었다. 상대 분위기를 탐색한 만큼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세번째 만남에서는 쟁점 분야에서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진전된 분야는= 무역구제와 금융서비스, 반덤핑, 분쟁해결 분야 등이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측은 관세 철폐에 따른 산업 피해가 발생하면 양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데 합의했고 긴급시 임시 세이프가드도 인정했다. 재발동을 제한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반덤핑 분야에서는 조사기간 중 충분한 견해를 표명할 기회를 제공하자는데 합의했다. 또 제로잉(Zeroing) 금지, 최소관세 부과 원칙, 공익조항 등을 협정문에 포함시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는 우리 측 요구안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합의가 도출했다. 금융기관의 임원·이사 국적제한 철폐, 유럽에 진출한 금융기관의 현지 지급결제시스템 이용, 금융업종별 자율규제기구가 현지에 진출한 상대국 금융기관에 대해 내국인 대우를 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또 자동차, 전기, 포도주, 증류주 등 관세 철폐에 비관세장벽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개방 수준 놓고 대립=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우리 측 상품양허 수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EU 측은 한미 FTA를 지렛대로 삼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EU 측은 최장 7년 내 우리 공산품 관세를 없애고,관세폐지 기간을 명시하지 않거나 기타 품목으로 분류한 250개 농수산물에 대한 개방 계획을 명확히 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우리 측은 이미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는 품목과 7년 이상 장기 철폐 품목 등을 제외하면 양측이 양허 수준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입장이다.

EU의 자세가 강경한 만큼 일단 새로운 상품양허안을 8월 말까지 마련하고, 250개 농수산물 관세 철폐 기간을 제시키로 했다. 하지만 공산품 관세 철폐 기간을 일괄적으로 7년 이내로 맞추기도 힘들고, 이 과정에서 산업자원부와 농림부 등 관계 부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소한 지재권 요구=EU가 맹공을 펼친 분야는 지적재산권이다. '추급권'과 '공연보상청구권' 도입을 집중 요구했다. 추급권은 미술품 거래시 저작자에게 일정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보상청구권은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우리 측은 도입 시 영세자영업자의 피해 등 국내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짝퉁'(모조품)에 대한 처벌 강화도 요구했다. EU 측은 관계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바꿔 신고 없이도 행정당국이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적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면 침해자가 리콜(소환수리) 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폐기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침해자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침해자 비용으로 판결문을 공표하도록 하자고 요구했다.

◆개성공단과 부처간 이견=미국과 달리 EU 측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EU 측은 원료, 통관방법, 운영기관, 보조금, 임금, 근로조건 등과 관련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김한수 수석대표는 "캐나다와 FTA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미국처럼 아예 개성공단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놓고 보면 EU 측 반응은 특기할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EU 측은 "법률·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로 전체적인 협상 흐름을 봐서 외교당국과 서서히 거론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쉽게 풀릴지 속단할 수 없다.

협상 과정에서 통상교섭본부와 산자부가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적지에서 벌어진 일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향후 관계부처간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품양허안과 농수산물 조정에 대해 담당부처인 산자부와 농림부가 반발하고 있어 양허안 재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길 재촉하는 EU=김 대표는 이번 협상에 대해 "비교적 잘 나간 것 같다"며 " 갈등 유발 정도나 협상 분위기로는 한미 FTA보다 훨씬 더 건설적"이라고 자평했다. 더불어 "EU 측에서 굉장히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韓 양허안 회원국에 공개도 못하고 있다"

한·미 FTA는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있어 빨리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EU와의 협상에는 그런 제도가 없어 지지부진할 줄 알았는데 기우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미 FTA 2차 협상 결과와 각 분과 협상 내용을 세세히 비교하며 실질적이고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낸 점을 강조했다.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내적 합의를 거쳐 대응하면 희망대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EU는 전체 협상의 큰 틀과 밑그림을 그린 1차 협상 때 우호적인 입장과 달리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향후 협상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양측은 이번 협상 결과를 토대로 8월까지 조정된 양허안을 교환한 뒤 9월 추석 직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3차 협상을 개최한다. 4차 협상은 10월 중순 한국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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