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진출 활성화 왜 나왔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7.07.18 15:45

수익성 높이고 글로벌 금융회사 도약 발판 마련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국내 영업만으로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3년간 은행과 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순이익을 기록,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체력이 길러졌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해외지점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지금까지 해외지점들은 교민이나 현지 진출 법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다보니 국내 금융회사간 출혈 경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서 외국 금융회사와 경쟁을 통해 생존능력을 높이고, 이런 노하우가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활성화될 경우 국내에 쌓여있는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 환율 안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금융회사 해외지점 설치 사실상 ‘자율화’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의 핵심은 지점 설치를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은행이 해외에 지점이나 대리점 등 해외영업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사전협의를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이 사전협의가 사실상 인가수준으로 운영되다 보니 해외진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여기에 모든 금융회사가 해외점포를 신설하려면 재경부장관에 사전 신고해 수리를 받아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4가지 사전협의 기준 가운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과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 3등급 이상 등 건전성과 관련된 2가지 요건만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단순 신고만으로도 얼마든지 해외점포를 신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해외진출 기준도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현재 재경부는 최근 사업연도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과당경쟁 등의 여부를 따져 해외점포 설치를 수리해 주고 있다. 과당경쟁 여부는 신청 회사의 해외점포 1/2이상이 흑자인지 여부를 따져 판단하게 된다. 이 기준 역시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점포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도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현지화 지표가 높은 현지법인에 대해서는 감독기준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 현지 감독당국의 기준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은 현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국내보다 낮더라도 국내 기준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추가 적립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또한 현지 지점의 현지화를 촉진하기 위해 올 하반기까지 현지 직원비율과 현지 자금조달 비율, 현지 수익창출 능력 등을 기준으로 현지화 지표를 개발, 우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실태평가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국내 성장엔 ‘한계’ 해외 수익원 발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것은 금융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총이익률은 2004년 3.16%에서 이듬해 2.98%로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2.72%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예대금리차 역시 2001년 2.93%에서 지난해 1.59%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은행들이 과거 3년간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지만 대손충당금 전입이나 LG카드 매각 이익 등 부수적인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본업이 아닌 부업에서 수익을 올린 것이어서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창출 능력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아울러 보다 큰 시장인 해외에서 수익원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힘들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가 벌어들인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2006년 기준)로 보잘 것 없다. 반면 세계적인 은행인 USB나 HSBC는 각각 70.5%와 48.1%에 이른다. 씨티은행 역시 전체 수익의 33.1%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스위스나 네덜란드 등 유럽 강소국의 최대은행그룹의 해외자산 비중은 70~90%에 이르고 있다.

◇해외진출 나라별 ‘맞춤형 전략’으로 승부
금융감독당국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시아 등 신흥개발국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신흥개발국은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있는데다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고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 또한 높아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다. 또 선진국의 금융회사가 아직 선점하지 않은 미개척지여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당국은 이들 국가의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 해외진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주요 은행에 대한 기회는 사라졌지만 우량 도시은행에 대한 투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베트남과 인도는 아직 개방 초기단계여서 은행보다는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진출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내자금이 풍부한 점을 활용해 인수합병(M&A)이나 지분참여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자이다. 직접 진출할 경우 현지 감독기관으로부터 차별적인 규제를 받을 수 있고 현지정보 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M&A나 지분참여는 이같은 위험성을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