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발렌도르프의 비너스'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트리니티클리닉 공동원장 | 2007.07.18 16:10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 체형에 대한 컴플렉스를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하지만 비만 클리닉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찾아와서는 자신의 체형적인 컴플렉스를 쉽게 밝히고 오히려 과장하는 경향까지 있습니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표현하는 단어도 환자분 마다 독특하고 특이해서 가끔씩 알아듣지를 못해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상완부, 흔히 삼두박근이 존재하는 부위에 지방이 침착하게 되면 밑으로 늘어지는데 환자분들은 '날개살'이라고 자주 표현하십니다. 환자분들은 제 앞에서 양 팔을 아래 위로 흔들면서 '선생님, 저 이제 곧 날아갈 것 같아요, 날개가 돋아나고 있어요'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분은 '차렷' 자세를 하고 있으면 날갯살이 등을 덮어서 매미 날개 같다고 표현하시면서 '매미살'이라고도 합니다. '매미살'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제게 하셨던 분을 뵈었을 때는 매미가 약간 통통하니까 복부를 말씀하시는 줄 알고 허리 둘레를 열심히 쟀던 기억이 납니다.

흔히 '러브 핸들 (love handle)'이라고 불리우는 옆구리 지방 축적은 사실 그 어원만 본다면 연인들이 허리에 손을 두르면 닿는 부분이라는 뜻의 로맨틱한 뜻이지만 이제는 하복부에서 시작된 지방 축적이 옆구리쪽으로 까지 침범하여 지방축적이 복부 주위를 빙 둘러서 침착하고 있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배둘레 햄'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비어 밸리 (Beer belly)'라는 표현이 전 좀 더 마음에 듭니다. 사실 음주로 인해서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이지요. 헌데 최근 진짜 '비어 벨리'라는 이름의 상품이 만들어져 팔리고 있는데 이는 복대처럼 옷안에 두르고 복대 안에 술을 저장해서는 필요할 때 빨대로 빨아마실 수 있는 휴대용 술통이라고 해서 포복절도 할 뻔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훌리건등의 문제 때문에 운동 경기장에서의 음주를 엄격하게 금하기 때문에 이런 상품도 등장한 것이겠지만, 이름은 참 걸작입니다.

하여간, 자신의 컴플렉스에 대한 표현은 대부분 안 좋은 어감의 표현을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최근 가장 고상한 표현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환자 한 분께서 첫 진료시간에 '어디가 고민이신가요?'라는 질문에 수줍어 하면서 대답하시길 '선생님, 제 허벅지는 발렌도르프의 비너스에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발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아마 역사나 미술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기원전 약 2만년전 구석기 시대의 토기 유물입니다. 생각외로 사이즈는 작아서 11cm정도 된다는데 오스트리아의 발렌도르프 지방에서 발견되어 '발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불립니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늘어져서 아랫배에 닿을 듯한 젖가슴과 3중으로 주름이 지는 복부, 엉덩이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굵은 허벅지이지만, 당시에는 다산의 상징과 부의 상징이었을 것입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체중이 있는 것이 '귀부인'의 상징이었던 우리나라의 관점만 본다면 2만년 전의 원시인들의 '미적 관점'이라는 것이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몸매를 그런 좋은 상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지구의 역사 46억년에 비하면 2만년 정도면 정말 '눈 깜빡할 사이' 인데 그 시간동안 인간은 너무나 많은 취향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료시간 동안 이 환자분과는 체중과 체형의 문제만이 아니라 관심있었던 미술품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혀를 내두르게 하였습니다. 환자분이 병원을 찾게 된 이유는 2년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남자 친구가 새로 사귀는 모델 같은 몸매의 여자 후배를 보게 된 후, 자신과 헤어진 것이 자신의 예쁘지 않은 몸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병원을 오시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렌도르프의 비너스'와 같은 몸매가 아름다워 보일 수는 없겠지만 이 분이 가진 해박한 지식과 좋은 품성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게 평가받아야 될 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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