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특진' 뜨거운 공방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7.07.18 13:09

"환자에 바가지" vs "환자위한 제도"

환자들 사이에 '특진비'로 불리는 대형병원의 '선택진료비' 폐지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무늬만' 선택진료일 뿐 '강요'나 마찬가지인 선택진료제가 병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다각적인 폐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반면 병원들은 선택진료제가 없어진다면 도리어 환자들의 의사선택권이 박탈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사이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난을 이유로 수년째 '뒷짐'만 지고 있다. 정치권도 병원과 의사들의 눈치를 보며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선택'이 아닌 '강제'=전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인 선택진료제가 의료법에 명시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면서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해 법적으로 보장해줬다. 전에는 복지부 고시로 '지정진료제'로 불렸다. 고시 제정 전에는 국공립병원에서만 '특진제'로 운영돼 왔다.

선택진료 자격은 전문의 10년 이상, 의대 부교수급 10년 이상으로 재직한 의사에게만 주어진다. 따라서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서 주로 행해지며 전체 병원 중 15%만이 해당된다.

문제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의무' 조항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대형병원 의사 중 80%가 선택진료 의사여서 환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선택진료를 받아야 한다.

감기에 걸려 일반병원에 가면 3000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대형병원에 가면 접수비를 포함해 평균 2만원 가량을 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해서 환자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지난해의 경우 4600억원에 달했다.

시민단체들은 선택진료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대형병원이 잇속을 챙기고 있다며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의료소비자시민연대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진료비 바로알기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공정거래위 제소와 거리캠페인 등 다각적인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조만간 변재진 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선택진료 신청서를 작성하면 환자의 추가 동의 없이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 선택진료비를 청구하는 것도 불법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성남희 환자권리팀장은 "선택할 권리가 없는 선택진료제는 존재할 의미가 없다. 대형병원은 건강보험 수가가 높게 책정돼 있는데도 환자에게 추가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환자 위한 제도"=병원들은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 환자들이 실력이 좋은 의사를 골라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상실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반박한다.

성익제 병원협회 사무총장은 "현재처럼 환자가 원하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사라져 환자들의 불만이 도리어 폭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선택진료제가 환자들의 3차 병원 집중현상을 막는 효과가 있었지만 폐지될 경우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만 몰리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선택진료비 일괄징수에 대해서는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진료의사가 마취과, 방사선과 등 진료지원과를 지정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법적으로 명문화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수익 감소가 병원들이 선택진료 폐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주요 이유다. 성 총장은 "선택진료 폐지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적인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어정쩡'=복지부는 환자들의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는 선택진료제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손질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고 있다.

힘 있는 집단인 의사·병원의 반대가 거센데다 현실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 배경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가와 연계시켜 병원들의 재정부담을 줄여줘야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여건상 여의치가 않다. 당장은 제도개선이 힘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갈등을 해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선택진료비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지난해 초 환자의 추가부담 없이 '의사 선택권'을 두도록 하는 내용의 선택진료비 폐지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거들떠 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병원협회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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