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이루는 펀드매니저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7.07.16 08:12

조정 예상엎고 주가 치솟자 고심…실탄 두고도 옥석가리기 난망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좀처럼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으면서 펀드매니저들의 '잠 못 이루는 밤'도 이어지고 있다. 7월쯤 강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스피지수가 승승장구하면서 '우상향' 기조가 꺾이지 않자 매수와 매도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날마다 주식형펀드로 유입되며 쌓이는 두둑한 '실탄'을 두고도 값이 치솟는 주식 가운데 어느 종목이 저평가되고 전망이 높은 것인지를 분석하느라 고민하고 있다.

1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증시로 유입되는 국내주식형 펀드자금은 지난 3월말 설정잔액이 51조1660억원에서 7월12일 기준 67조4750억원으로 석달 반 사이 15조 8000억원이 불어났다. 특히 7월에는 불과 열흘 남짓만에 3조7980억원이 유입되면서 폭증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급격히 들어오는 자금에도 불구하고 증시 호황에 따른 주식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지면서 옥석을 가리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자칫하면 고평가된 종목을 비싼 가격을 주고 매입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며 "좋은 주식을 선별하는 일이 예전에 비해 힘들어지면서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로 대부분 주식이 증시의 유동성이 풍부해짐에 따라 고평가된 경우가 많다"며 "쓸만한 주식은 유통량도 적어지면서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펀드매니저들의 회의시간도 평소에 비해 잦아졌다. 장중에도 확대된 변동성으로 주가지수가 요동치는 일이 잦아 수시로 회의를 열어 매수와 매도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펀드매니저는 돈이 들어오면 주식을 사야하고 환매요청이 있으면 팔아야 하는 게 숙명"이라며 "조정장에 대비해 조심스러운 운용도 중요하지만 상승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도 간과할수 없기때문에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게 힘들다"고 설명했다.

조정에 대한 예상이 빗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 예전 같으면 가파른 상승장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 단기적인 조정이 찾아오면서 숨을 돌릴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최근 장세는 숨돌릴 여유를 주지 않아 피로도가 누적된다는 지적이다.

일선 펀드매니저들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 30대 펀드매니저는 "펀드 자금을 잘못 운용하면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릴 것이 불보듯 뻔해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며 "꿈에서도 주식 가격과 각종 자료가 떠오르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이 매니저는 "일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스트레스에 따른 소화불량이나 위장병 등이 악화되는 등 건강도 상당히 나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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