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찬밥 애널, 더운밥 매니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7.07.16 07:30
찬밥은 애널리스트, 더운밥은 펀드매니저에게.

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2000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나 내리고 있는 종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풋옵션을 산 사람들도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증권맨들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행복지수가 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신세가 확연히 다릅니다.

요즘 애널리스트나 전략가들은 시쳇말로 '죽을' 맛입니다. 목표주가를 수정하면 하루 이틀만에 주가가 목표주가에 도달하는 당혹스런 경우를 자주 당하기 때문입니다. 전략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들은 요즘 코스피 목표치를 말하기가 겁난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같이 점심을 먹은 전략가들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어두웠습니다. 그는 "일선 지점의 영업직원처럼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주식을 할 수도 없어 소외된 기분"이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다른 한 전략가는 "불과 한달전쯤에 지수 목표치를 강하게 불렀는데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며 당혹스러워했습니다. 아울러 더 올려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습니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의 신세는 더욱 처량합니다. 현물시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요즘 할 일이 없다"며 "그야말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신세한탄(?)을 합니다.


반면 펀드매니저들은 신이 났습니다. 매일 15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한 매니저는 "최근 애널리스트나 전략가 등 어드바이저들보다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승장에서는 벤츠마크보다 다소 못하는 수익을 내도 고객으로부터 불평도 적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매니저들도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IT), 한국전력 등이 큰폭으로 오르자 편입비중을 줄였던 매니저들이 힘들어했습니다. 아무리 고객의 불평이 적다고 하더라도 이들 업종이 오르면 벤츠마크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살 종목이 없는 것도 고민입니다. 살 종목을 못찾으면 들어온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강세장에서 현금 보유 리스크가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한 매니저는 "돈이 들어오면 바로 산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며 "프로그램으로 사기보다 '콕' 찍어서 사는 만큼 종목별 차별화는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매니저 장세'라고 합니다. 오르는 종목을 산 매니저는 행복합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겠죠.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는 사람이니까요. 행복한 투자자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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