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후계요? 급하지 않아요"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정영일 기자 | 2007.07.10 16:09

'그림자경영' 양귀애 고문 "임 사장 최근 시도는 참신"

'그림자 경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일선에 나서지 않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은 그림자가 아니라 주인공이다. 스스로 드러내기를 꺼리고 있을 뿐이다.

대한전선의 오너 양귀애 고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문이라는 직함이 오너의 활동력을 제한하는 듯 싶지만 본인은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현 경영진을 신뢰하지만 경영의 최종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양 고문은 고 설원량 회장이 갑자기 타계한 2004년 당시엔 평범한 주부에 머물렀지만 이후 3년 동안 묵묵히 경영수업을 쌓았다.

남편이 타계한 이듬해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법인을 방문하고, 국제 전선업계 회의에 참여하는 등 조용히 실무를 익혔다. 고인의 뜻을 가장 잘 안다는 임종욱 사장을 신임해 그룹의 실무를 그에게 일임했지만 스스로도 묵묵히 그릇을 키워왔다. 그리고 현재는 자산규모 3조7000억원 규모의 기업집단을 꿰뚫는 경영인으로 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양 고문은 10일 기자와 만났을 때도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과 김인상 벽산건설 대표, 문수동 E1 부사장 등과 함께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의를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시(詩)'를 통한 창조경영이야기가 양 고문의 눈빛을 더욱 반짝이게 했다. 본인 스스로 여성경제인이기에 이 날 김남조 시인(숙명여대 명예교수)이 '절망에서 태어나는 희망'을 얘기하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천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그런 양 고문은 이 날 기자에게 "임종욱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것 같다"며 "아들들은 경륜과 경험을 좀더 쌓은 후 차차 경영일선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란 말로 들렸다.


아들의 경영수업은 잘되고 있냐고 묻자 "잘하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양 고문은 큰 아들 윤석 씨가 그룹 내 경영전략팀 차장으로 일하고 있고, 작은 아들 윤성 씨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어 든든한 모습이었다.

양 고문은 이 날 "현 경영진을 신임한다"고 말했지만 향후의 직접경영 의지도 내비쳤다. 아들들을 통해 일선에 나설 의향이 있냐고 묻자 "천천히 할 것이며 급할 게 없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끊임없이 사업다각화를 하겠다"며 뚜렷한 목표가 있음을 암시했다.

최근 영조주택의 지분을 인수한 전략에 대해서는 "잘한 것"이라며 "대여 형식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시도이고,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경영진을) 믿고 용기를 주고 있다"고나름의 평가를 곁들였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25일 중견건설사 영조주택에 4100억원을 대여해 건설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한 상태.

아울러 남편의 숙원이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안갯속"이라며 "드러난게 없어 지켜만 보고 있다"고 짤막히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해서는 "홍콩에 해외법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세웠다"며 "(대한전선의) 지주회사 전환도 생각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는 27.3%의 지분을 보유한 삼양금속으로 이 회사는 설씨 가문이 지분 100% 가진 가족기업이다. 이 외에도 양 고문이 2.9%, 양 고문의 장남 윤석 씨가 20.4%, 차남 윤성 씨가 6.3%를 보유해 최대주주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총 54.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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