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선거용이라면

머니투데이 뉴욕=유승호 특파원 | 2007.07.09 13:15

뉴욕리포트

자동차용 휘발유에 매기는 유류세 인하 논쟁이 뜨겁다. 뉴욕 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면 자동차를 사야할까, 아니면 '차 없이 살기'를 시도해 볼 것인가 생각하던 터였다. 아이들 교육비 부담이 점차 커질 때라 차량 유지비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차량 유지비에는 재산세, 자동차보험료도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2배가 넘는 휘발유값이 가장 큰 부담이다.

뉴욕에서는 승용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울 경우 5만원 정도 내면 된다. 서울에서는 그 정도 채우려면 11만원 이상 내야한다. 한달에 두번 채울 경우 휘발유 비용만 20만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미국인들은 갤런(1갤런=3.785329ℓ)당 휘발유 가격이 3달러만 넘어도 경제가 위축될거라며 야단이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6달러가 훨씬 넘는다. 그런데도 위축되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비슷한 4.5%를 유지하고 있으니 미국인들 눈엔 신기할 것이다.

정부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유류세 인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 6대 생활비 경감프로젝트'를 통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세, 등유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각각 10% 내리고 석유제품 수입관세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유류세 인하에 대해 "경기가 좋아지면 올리더라도 10% 정도는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원내 부대표도 "조만간 유류세 인하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발혔고, 심지어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향후 5년 동안 10%씩 유류세를 50%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 지갑' 월급쟁이로선 세금 깎아주겠다는데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오른쪽 주머니 채워주고 왼쪽 주머니 털어가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는 승용차 이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통수단이 있다. 뉴욕 인근에서 맨해튼까지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드는 비용은 1회 왕복 1만6500원 가량(18달러 가량)에 달한다.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평촌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 요금은 1달러 조금 넘는 1000원 가량이다. 서울의 대중교통비용이 뉴욕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뉴욕 인근에서 기차로 40분 걸리는 거리의 한달 정기권 가격은 18만원 이상(200달러 가량)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인 만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정책인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지난 7월 1615만대를 넘어섰다. 10년전인 97년보다 600만대 이상 늘었다. 특히 자가용 차량이 전체 사용 용도의 9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대형 차량 등록 비중이 97년 40.2%에서 2007년 64.7%로 늘어났다.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의 대형차 비중은 자원 부국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경제 정책은 반드시 '풍선 효과'를 갖는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휘발유 가격을 낮춰준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유류세 인하로 인한 2조~4조원의 세수 감소를 벌충하기 위해 다른 세금을 더 내야 한다거나 대중교통비가 인상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대책없이 세금만 내려주겠다는 얘기가 선거용으로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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